부산항 ‘미군 55보급창 이전’ 두고 시끌시끌…부산시 발표에 남구 강력 반발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이전을 두고 시끌시끌하다. 부산시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 행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55보급창을 남구 신선대부두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남구는 “시의 일방적 결정 유감”이란 입장문을 내고 반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 55보급창과 북항 8부두를 해군작전사령부가 있는 신선대부두(남구 용당동) 인근 준설토 투기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55보급창 부지를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행사장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이전을 추진해오다 이날 옮겨갈 장소를 특정하고 공식 발표했다.
박 시장은 이날 “55보급창 이전은 부산 미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로 시민적 합의가 있는 사안”이라며 “이전에 대해 이미 여러 각도에서 논의, 추진해왔고 국방부에서도 우리 안을 빨리 내놓을 것을 요청해옴에 따라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55보급창이 이전되지 않으면 2030 부산엑스포 행사장 확보와 준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국방부, 미국이 동의해줘야 다음 절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협의를 신속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55보급창은 부산항 8부두로 반입되는 주한미군 군수 물자와 장비를 임시 보관·저장하는 곳으로 약 22만㎡ 규모다. 2030세계박람회의 주행사장인 북항재개발지를 끼고 지나는 충장대로와 우암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현재는 동구 범일동에 있지만 신선대부두 준설토 투기장으로 옮겨가면 남구 용당동에 속하게 된다. 준설토투기장 인근엔 해군 3함대사령부가 있다.
남구는 부산시 발표 이후 즉각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남구는 이 입장문에서 “지난해 8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55보급창 이전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전지가 어디가 되든 해당 지역의 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을 밝혀왔다”며 “그러나 시가 이전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결정이 세계박람회 부산유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였다 하더라도 주민의견 수렴없는 이전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단 한 차례의 주민의견 수렴과정 없이 강행된 시의 이같은 결정은 지역 갈등을 야기하는 매우 우려되는 행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발표를 강행한 시가 직접 나서서 주민들에게 이전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전에 따른 주민불편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을 내놓아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시민화합의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유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구 지역 정치권도 “주민들과 주민의 대표인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구청장 등의 의견 수렴과 동의 없는 사업 추진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시의 일방적 결정과 발표는 세계박람회 유치운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는 이날 55보급창 외에 남구 감만동 8부두 이전안을 내놓고 “4만 ㎡ 규모인 현재 8부두 부지를 인근 7부두, 우암부두, 감만·신감만부두 등과 함께 북항재개발 3단계 사업에 편입,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북항재개발 3단계와 연계해 남구 오륙도선과 우암~감만선 등 도시철도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지역 정치권은 “55보급창 이전 대가로 시가 내놓은 오륙도선 추진 등은 거래 대상이 아니다. 북항재개발 3단계는 어느 세월에 될 지 알 수 없고 부산시가 주도할 수 있는 사업도 아닌데 뭐라 운운하는 건 뜬 구름 잡는 얘기로 주민 여론을 호도하려는 꼼수”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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