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父드라마' 우회 상영에 튀르키예 '분노'…"디즈니, 아르메니아 압력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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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인들의 항의를 받은 디즈니플러스가 튀르키예의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조명한 드라마를 자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하자 이번엔 튀르키예 정치권과 언론이 일제히 분노를 표했다.
앞서 미국 아르메니아 민족위원회(ANCA)는 지난 6월 디즈니플러스 측에 "튀르키예의 독재자이자 대량학살범을 미화한다"며 드라마 '아타튀르크'의 방영 계획 취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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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무례하다' 비난, 방송위는 '로비 의혹' 조사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아르메니아인들의 항의를 받은 디즈니플러스가 튀르키예의 국부(國父)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를 조명한 드라마를 자사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하자 이번엔 튀르키예 정치권과 언론이 일제히 분노를 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TV·영화 플랫폼이 아르메니아의 압력에 굴복해 결국 방영 취소를 결정했다"며 "튀르키예 공화국을 상대로 수치스럽고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에부베키르 샤힌 튀르키예 방송위원회 위원장도 "튀르키예를 세운 아타튀르크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라며 아르메니아인들의 디즈니 로비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아르메니아 민족위원회(ANCA)는 지난 6월 디즈니플러스 측에 "튀르키예의 독재자이자 대량학살범을 미화한다"며 드라마 '아타튀르크'의 방영 계획 취소를 촉구했다. ANCA는 재미 아르메니아인들이 미국 연방의회에 설립한 친선단체로 미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디즈니플러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29일 OTT로 공개할 예정이었던 6부작 드라마 아타튀르크를 자사 계열사 폭스방송을 통해 특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영한 뒤 극장에서 재개봉하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판권과 방영 방식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디즈니플러스가 방영 자체를 취소하진 않았지만 ANCA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가 한발 물러서자 ANCA는 아타튀르크 반대 캠페인에 참여한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며 해당 드라마가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아타튀르크는 1923년 오스만 제국의 뒤를 이어 현대 튀르키예 공화국을 건국했다. 본래 성은 케말이지만 튀르키예 정부는 그를 국부로 추대하고 아버지란 뜻의 '아타튀르크' 칭호를 수여했다.
아타튀르크는 오스만 제국의 군사령관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갈리폴리 전투에서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군에 맞서 당시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폴리스(현 이스탄불)을 사수했다. 종전 이후엔 연합군의 오스만 제국 분할을 막은 공로도 인정받았다.
아타튀르크를 향한 튀르키예인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그의 초상이 전국 관공서는 물론 식당과 가정집에 걸려 있으며 주요 도시 광장에는 어김없이 그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심지어 아타튀르크를 모욕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인들은 아타튀르크가 오스만 제국이 자행한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에 아타튀르크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아타튀르크가 직접적인 학살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건국 이후 학살 가해자를 기용하고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겼다는 시각에서다.
집계 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915년 대학살로 대략 150만명의 아르메니아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34개국에선 이를 전쟁범죄인 '집단학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튀르키예는 아르메니아인들의 일방적 주장에 의해 사상자 규모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으며 집단학살이 아닌 내전과 불안에 의한 인명피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아타튀르크는 당시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했기 때문에 피해 상황을 알지 못했다고 항변한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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