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게임 된 ‘새만금 잼버리’…“대회 당장 중단해야” 목소리 확산

고귀한·김창효 기자 2023. 8. 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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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 내 덩굴터널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과 열대야로 200명이 넘는 온열환자가 속출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운영을 두고 주최 측의 안일한 행사 진행에 비판이 일고 있다. 참가자 안전을 위해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폭염에 그늘도 없는 간척지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대규모 국제행사를 열었다는 비판이 쏟아진 뒤에야 안전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3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개영식에서만 139명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108명은 온열환자로, 대부분 어지러움과 탈진 등 증상을 보였다. 개영식은 해가 진 저녁 시간에 열렸음에도 다수의 온열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 새만금 일대는 당시 27도를 넘는 열대야가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오후 10시45분쯤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행사 중단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 사무총장은 3일 브리핑에서 “갑자기 중단하면 참가자들이 놀라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어 계속 진행했다”며 “소방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들었는데 상황을 보니 온열질환자가 대부분이어서 급히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개최 첫날이었던 지난 1일에만 온열질환자가 400명 이상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3일 현재까지 600명이 넘는 온열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추가 피해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잼버리 대회가 ‘생존게임’이 됐다”는 등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유럽의 한 참가국이 이같은 소식을 접하고 한국 정부와 조직위에 자국 참가자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잼버리 대회의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성명을 내고 “즉각 행사 일정을 축소하고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등 긴급 조치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직위는 일단 대회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사무총장은 “(개영식에서 발생한) 온열환자는 모두 경증으로 대부분 퇴원했다”며 “향후 온열환자 발생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안전상 우려와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안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번 잼버리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8개국 참가자 4만3000명 안전을 확보하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에는 잼버리대회 현장에 그늘막과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을 증설하기 위한 공병대 지원과 응급상황 대응능력 강화를 위한 군의관 파견 등을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잼버리 행사장 내 폭염저감시설 추가 설치, 폭염 예방물품 지원을 위해 재난안전특교세 30억을 전라북도에 즉시 교부하기로 했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 유치가 결정됐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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