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반도체 성장하려면 반도체보다 '시스템'에 초점 맞춰야"
(지디넷코리아=장경윤 기자)"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 가지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시스템과 반도체 둘 다 중요하지만, 반도체보다는 '시스템'에 무게를 둬야 합니다. 현재 개발 중인 반도체가 어떠한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해야만 이에 최적화된 반도체 설계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김용석 성균관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국내 시스템반도체 성장을 위한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용석 교수는 약 31년간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시스템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시스템반도체 개발에서 출발해 이동통신용 소프트웨어 개발, 갤럭시 스마트폰 제품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는 성균관대 교수 및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으로서 반도체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가 강조하는 시스템반도체 개발의 핵심은 '시스템'이다. 반도체가 칩의 하드웨어적인 성능을 나타낸다면, 시스템은 이 칩과 칩을 통해 구현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현재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CP(커뮤니케이션프로세서)로 대표되는 시스템반도체는 칩이 탑재되는 IT 제품이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맞춤 설계된다. 때문에 단순히 성능이 높은 반도체가 아닌, IT 시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갖춘 반도체를 개발해야만 시장에서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이나 테슬라가 범용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뛰어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해 자사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시스템 설계 능력,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탁월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용석 교수는 상용화에 실패한 많은 시스템반도체의 사례가 시스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반도체가 실제로 적용되는 기기의 시스템을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칩 설계를 구체화할 수 있다"며 "시스템과 반도체를 각각 나눠서 봤을 때 반도체보다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평가 받는다. 국내에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IT·오토모비트 제조업체들이 다수 존재해 시스템반도체 성장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팹리스는 이들 업체로부터 향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도체가 무엇인지를 미리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제조업체와 팹리스 간 협업으로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기회 요소다. 이에 맞춰 국내 팹리스도 인력 규모를 키우고, 시스템에 대한 더 깊은 이해 및 시스템 설계 능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제조업체가 개발이 필요한 반도체의 일정 부분을 팹리스에 맡겨 사업 효율성을 높이고, 팹리스는 이를 기회로 삼아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특히 삼성, LG 등이 주목하고 있는 AIoT(인공지능융합기술) 산업용 칩 개발에서 국내 팹리스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반도체는 제품(셋트)보다 2년 정도 선행해서 개발을 시작해야 하므로 제품의 미래 방향을 알고자하는 노력이 필요 하다"며 "제조업체와 팹리스간 긴밀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래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전략도 시스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김용석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시스템과 반도체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한다면 칩 개발 단계에서 팹리스와 고객사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설계도 잘하는 인력이 국내 팹리스 업계에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김 교수는 '시스템 아키텍트'라고 부른다. 아키텍트는 사전적 의미로는 건축가를 뜻하지만, IT 분야에서는 시스템 전체를 포괄적으로 설계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김 교수는 "예컨대 스마트폰에 쓰이는 AP는 성능과 발열을 동시에 잡는 게 중요해졌는데, 이는 개발자가 칩의 규격 및 아키텍처를 정하는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는 사항"이라며 "때문에 칩 설계에서부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고려할 줄 아는 시스템 아키텍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경윤 기자(jkyo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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