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전관예우 근절” 지적 계속됐는데… 말로만 ‘혁신’ 외친 LH
”LH가 감리업무 등 민간사업자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담당해야” 명시도
국감서도 수년째 지적… LH 마련한 ‘혁신 방안’ 효과 미미
건설현장 안전관리등급은 오히려 하락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에 철근이 누락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LH가 그간 감사원이나 국회 등으로부터 전관예우나 부실공사 관련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LH는 지난해 10월 ‘혁신 2.0 계획’ 등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은 미미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감사원은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 추진실태’와 관련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부실시공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은 ‘LH는 주택건설 공사의 공정 및 품질관리, 감리업무 등 민간사업자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담당한다’면서 ‘민간사업자는 공사발주·자재조달 등 시공 전반을 맡는다’고 명시했다. 또한 ‘사업계획서와 설계·시공이 불일치하는 사항에 대해 LH의 시정지시에 민간사업자는 따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발주처인 LH가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대목이다.
당시 감사원은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사업자 공모를 실시한 38개 사업장에서 총 36건의 사업계획서 미준수 사례를 확인했다. 이 중 26건은 LH의 책임이 있는 ‘실시설계단계’에서 발견됐다. 이번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으로 꼽히는 ‘콘크리트 기준 미달’과 유사한 사례도 있었다. 2016년 10월 한 공공주택 사업장에서 50㎜여야 할 외벽 콘크리트 피복두께가 10㎜ 미달된 40㎜로 설계됐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같은 기간 감사원은 LH의 전관예우 문제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8년 1월 1일부터 2021년 4월 16일까지 건축설계공모를 통해 발주한 294건 중 193건(65%), 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발주한 149건 중 139건(93%)이 LH에서 퇴직한 직원이 재취업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건이라고 밝혔다.
또 LH 전관 업체를 상대로 심사·평가위원 선정·공개 시점부터 심사 전까지의 퇴직자와 내부 심사·평가위원 사이에 통화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용역심사 낙찰제의 경우 28건의 평가에서 내부 심사·평가위원 59명이 심사·평가에 참여한 업체에 재취업한 LH 퇴직자로부터 전화를 받는 등 사전접촉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심사·평가위원들은 사전접촉 등이 있었다고 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지난 3월에 진행된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LH의 공사 품질관리 부실 및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러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LH는 ‘설계·시공 과정에서 LH 아파트의 주택 품질 제고, 부실한 건설사 감리업체 지속 낙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2018년 6월에는 ‘시공현장 갑질 및 부실시공 근절 대책 강구’와 ‘LH 감정평가업무의 수의계약 과다, 대형업체의 독점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촉구도 있었다.
LH는 지난해 10월 ‘국민신뢰 회복과 혁신 DNA의 내재화를 위한 LH 혁신 2.0 추진계획’을 통해 ‘7無 클린 사업체계’를 마련했다. 해당 체계는 ‘심사 비위 발생시 파면, 자격 영구박탈 등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건설공사 과정에서 자재선정 권한 등 현장감독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한 ‘퇴직후 취업제한 대상자, 수의계약 금지기간 확대(2급이상, 5년)’ 등의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오히려 LH의 건설현장 안전관리등급은 하락했다. LH는 지난달 18일 발표된 ‘2022년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에서 종합 3등급(보통)을 받았다. 시설물 분야에서 2등급(양호)을 받아 2년 연속 3등급을 유지했지만, 작업장과 건설현장은 4등급(미흡)을 받았다. 특히 건설현장 공사 중 구조물 등의 경우 2020년 2등급이었지만, 2년 사이에 2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관리등급 하락에 이어 이번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통해 LH가 발주한 공공아파트 중 15곳에서 부실시공 정황이 발견되면서 LH의 혁신 방안은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15곳의 아파트 중 10곳의 부실시공 원인이 ‘설계오류’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LH의 책임론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일부 현장에서는 ‘LH 전관’ 업체가 설계·감리를 담당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LH가 공기업인 만큼 더욱 엄격한 관리·감독 및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LH가 부실시공 현장을 담당한 시공·설계·감리업체를 고발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이 모든 책임을 LH가 져야 한다”며 “수많은 지적을 통해 자정의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개선된 사항이 거의 없다는 것은 정부가 LH에 직접 칼날을 겨눠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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