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5주기…이청준 삶 다시 쓴 평전 나왔다
“엄격함을 갖고 삶을 돌아봐”
생전 이청준(1939~2008)은 ‘평전’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청준을 다룬 상상력은 그 대상을 넘어설 수 있을까. 15주기를 맞아 문학평론가 이윤옥이 쓴 ‘이청준 평전’(문학과지성사 펴냄)이 출간됐다.
1958년 광주일고 1학년 재학시절 ‘학원’지에 발표한 단편 ‘닭쌈’부터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서편제’, ‘눈길’ 등이 모두 넘어야할 험난한 봉우리였다. 죽음을 예측하지 못한 채 결국 미완의 장편으로 남게 된 ‘신화의 시대’(2008)까지 생전의 이청준이 쓰고 발표한 소설은 장편 17편, 중단편 155편에 유일한 희곡 ‘제3의 신’까지 더해 170편이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한국 현대 문학사의 큰 표징이었던 거인의 삶을 바로 쓰기 위해 이윤옥은 15년 가까운 시간을 이청준이 남긴 초고와 최초 발표지면, 수십 년에 걸쳐 출판사를 달리하며 간행된 단행본 전부를 톺아보고 분석하는 데 쏟았다. 평전 판본별 인물과 소재, 배경, 제목, 문체의 크고 작은 변화는 물론이고, 육필 초고 상태에서 작가가 고민하고 궁구했던 부분, 판본을 옮겨가며 개별 작품이 새롭게 전개되어가는 과정을 마치 지도를 읽고 행간에 숨은 암호를 판독하듯 풀어낸다.
저자는 또한 이청준 생의 큰 변곡점마다 원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인물과 사건을 함께 살피고, 필요한 기억과 기록, 증언을 찾아 오래 발품을 팔았다. 서울과 광주, 용인과 장흥 등에서 채집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책에 담았다. 책의 표지화는 화가 서용선이 맡아 작가 이청준의 얼굴을 새롭게 그렸다.
이 평론가는 “자서전이 한 개인을 구원하기 위한 글쓰기라면, 소설은 만인의 구원을 위한 글쓰기이다. 그래서 소설가는 자서전을 소설로 완성해야 한다. 이청준은 평전을 쓰는 내가 그 정도 엄격함을 갖고 자신의 삶을 돌아봐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라면서 “평전은 대상의 자기변명이나 합리화를 허용하지 않고, 대상을 더욱 가혹하게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나는 이청준이 자서전을 썼다면 내가 쓴 평전보다 더 자신에게 엄격했으리라 믿는다”고 책을 여는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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