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랭킹 1위, 미국이 흔들린다…여자축구 상향 평준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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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자축구 절대 1강이다.
점유율에서 밀리며(38-44)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와중에도 미국 대표팀은 15번의 슈팅을 쏟아냈으나, 유효슛으로 연결된 5개 중 엄밀히 말해 위협적인 한 방은 없었다.
2001년 세계 최초로 여자축구 프로리그를 출범한 것은 미국이었지만, 그 사이 유럽을 중심으로 여자 축구 인프라와 인재풀이 가파르게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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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자축구 절대 1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여자부 랭킹을 측정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2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고, 2017년 6월부터 지금까지 6년째 부동의 1위다. 역대 아홉 번의 여자월드컵에 전부 출전해 초대 대회(1991)부터 최근 2연패(2015·2019)까지 네 번 정상에 섰고, 3위 바깥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이 압도적인 위엄은 존재감만으로도 상대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말하자면, 여자축구 생태계의 ‘팍스 아메리카나’다.
그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출전한 미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2무를 기록, 승점 5점 E조 2위로 간신히 16강 토너먼트 티켓을 쥐었다. 미국의 여자월드컵 역사상 조별리그 최저 승점이다. 미국은 조 1위 네덜란드와 맞대결(1-1 무)에서 절절맸고, 최약체 베트남을 상대로도 3골밖에 넣지 못했다(네덜란드는 베트남전 7-0 승). 여러모로 과거의 미국이 아니었는데, 위기감을 만천하에 드러낸 건 포르투갈과 3차전이었다.
미국은 지난 1일(한국시각) 처음 월드컵에 나온 포르투갈을 상대로 득점 없이 무승부에 그쳤다. 점유율에서 밀리며(38-44)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와중에도 미국 대표팀은 15번의 슈팅을 쏟아냈으나, 유효슛으로 연결된 5개 중 엄밀히 말해 위협적인 한 방은 없었다.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 포르투갈의 롱패스가 최전방 아나 카페타(스포르팅)에게 연결되며 실점 위기를 맞았고, 카페타의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온 데 감사해야 했다.
선수들은 포르투갈전 직후 웃고 춤추며 ‘생존’을 기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전 대표팀 선배 칼리 로이드는 ‘폭스’ 중계 중 “이 경기 최우수선수는 저 골대였다. 집에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꼬집었다. 블라코 안도노브스키 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의 정신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승리에 대한 열망을 의심하는 건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우승후보 미국’에 큼직한 물음표가 떴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균열의 조짐은 깊었다. 미국은 지난해 가을 잉글랜드(1-2), 스페인(0-2), 독일(1-2)과 평가전에서 3연패 했다. 십수년간 꾸준히 월드클래스 선수를 배출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럽의 강호들이다. 2001년 세계 최초로 여자축구 프로리그를 출범한 것은 미국이었지만, 그 사이 유럽을 중심으로 여자 축구 인프라와 인재풀이 가파르게 확장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흐름을 짚으며 “마침내 세계가 미국을 따라잡았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상향 평준화 바람은 유럽에 그치지 않는다. 2011년 미국에 유일한 월드컵 결승전 패배를 안겼던 일본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성장했고, 최약체로 평가받던 필리핀은 공동개최국 뉴질랜드를 꺾고 첫 승을 올렸다. 이어 콜롬비아가 독일을, 나이지리아가 호주를 이겼으며, 자메이카는 프랑스, 브라질과 비겼다. 그 여파로 브라질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G조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16강 진출 역사를 썼다.
여자월드컵에도 전국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의 16강 상대는 조별리그 G조 전승팀 스웨덴(6일)이다. 처절한 사투가 예상된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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