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민간 아파트 ‘전방위 전수조사’ 예고한 정부… 시공사는 부글부글

심윤지·윤지원 기자 2023. 8. 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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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주부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한 전방위적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3일 밝혔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 이후 구체적인 후속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만 전수조사했지만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는 주거동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문제가 있을 시 시공사는 보강공사 뿐 아니라 안전진단 비용도 모두 부담해야 한다.

민간 건설사들은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현장을 리스트업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LH와 달리 주거동까지 전수조사를 확대한 것과 관련 “민간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조사로 붕괴 사고에 대한 LH 책임을 가리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감지된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이 3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진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아파트 293개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다음주에 즉시 착수해 9월까지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대상은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 중 시공 중인 현장 105곳(민간 95곳, 공공 10곳)과 2017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 188곳(민간 159곳, 공공 29곳) 등 총 293곳이다. 시공 중인 단지 10만 가구와 준공 단지 15만 가구를 합쳐 약 25만 가구가 이번 전수조사 영향권에 포함되게 된다.

앞서 7월 말까지 진행된 LH 아파트 전수조사는 2017년 이후 무량판 공법으로 지은 아파트 지하주차장만 대상으로 했다. 반면, 앞으로 진행될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는 지하주차장 뿐 아니라 주거동까지 범위가 확대된다.

안전진단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시공 중 단지는 공사비에 기반영된 점검 비용으로 긴급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이미 준공이 된 단지는 정부가 협회 등 추천을 받아 민간안전전문기관을 단지별로 배정하면 시공사가 점검을 진행하게 된다.

전수조사 결과 부실 시공이 확인되면 보수·보강 작업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시공사, 감리 등의 책임 위반으로 입주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영업정지·등록취소 등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 10월 중 ‘무량판 구조 안전 대책’과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무량판 구조를 특수구조물에 포함해 안전 확인절차를 강화하고, 상세 설계기준을 보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계획을 본 시공사들은 불만과 우려로 술렁이고 있다.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예고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를 무량판 구조 아파트로 볼 것인지부터 조사 방식이나 결과 발표는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사 방식, 조사 결과 발표 방식 등에 대해 전혀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혼란스럽다”며 “무량판과 벽식 혼합구조라 철근이 10% 빠져도 전혀 안전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래도 10% 빠졌다고 발표해서 입주민 불안과 집값 하락을 초래할 것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량판 단독구조’로 지어진 지하주차장 뿐 아니라 벽식·라멘 구조 등과 혼합해 ‘무량복합구조’로 지어진 주거동까지도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가 조금이라도 섞이면 전방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보자고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붕괴 사고가 난 LH 아파트는 지하주차장만 검사하면서, 민간 아파트는 주거동까지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대 무량판 구조에 벽식 구조 등을 혼합하는 ‘복합구조’를 층간소음 저감 공법으로 장려한 바 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복합구조까지 전수조사 대상에 넣겠다고 하면 15년간 지어진 아파트를 전부 조사해야 하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며 “15년 전에는 무량판 공법을 장려하다가 이제는 무량판 공법 자체가 문제니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이미 입주까지 완료된 아파트를 조사하려면 입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도 문제다. 앞서 지난달 31일 철근 누락 LH 아파트 15곳의 명단을 공개할때도 분양 단지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부실 시공이 확인된 단지명 공개 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주민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차원에서 전수조사 자체는 필요하다 쳐도 조사 방식은 의문”이라며 “비파괴 검사를 한다 해도 천장 페인트와 벽지를 뜯어내야 하는데 입주민 동의를 어떻게 받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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