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청소년 스카우트가 모이는 잼버리 행사가 푹푹 찌는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날 개영식에서만 83명이 어지럼증 등 온열질환을 호소해 병원을 찾았다. 야영지가 광활한 새만금 평지에 설치돼 있다 보니 뜨거운 태양 열기를 아영지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이 그대로 받는 구조다. 야영지 배수 미흡 등 다른 문제도 연이어 제기돼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행사 해외 참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국내 누리꾼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온열질환자 대책을 마련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그늘 쉼터와 덩굴 터널 등 폭염 저감시설 작동 여부를 신속히 점검하고 에어컨이나 셔틀버스를 추가로 배치하라고 했다.
참가자들과 아이를 보낸 학부모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중학생 아들을 행사에 보냈다는 학부모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어제 (아들과) 늦은 시간까지 통화를 했는데 통화에서 엄청 많이 지쳐 있더라”라며 “더운 날씨에 이걸(개영식) 왜 했나 싶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가장 힘든 건 더위라고 하고 두 번째는 (행사 진행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이 정도면 직무유기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더위뿐만 아니라 대회 준비가 전반적으로 미흡했다고 지적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배수 문제다. 온라인엔 야영지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물과 진흙이 가득한 곳에 한 스카우트가 텐트를 치고 있는 사진이 공유됐다. 화장실 물이 막히거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폭로도 나왔다. 일부 시설은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수준이어서 스카우트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참가자 학부모의 목소리도 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는 4년마다 개최되는 청소년 스카우트 야영대회다. 보통 약 5만명이 참여하며 각국 청소년들이 서로 교류하며 우호를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잼버리는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1991년 강원 고성군에서 처음으로 잼버리 행사를 개최했고 이번 새만금 잼버리가 두 번째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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