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서 인생사진 찍다~

2023. 8. 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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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시작된 이후부터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얼마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휴대폰 화면을 슥슥 올리며 친구들의 소식을 찾아보다 특정 장소의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는 것을 눈치챘다. 

수많은 조명과 등불이 물에 반사되어 영롱하게 반짝이는 공간에서 찍은 셀피(Selfie) 사진이었다. 따스한 조명이 영롱해 보이기도 하고, 물과 거울에 반사된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여 어딘지 찾아보니, 용산어린이정원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한 뒤 용산어린이정원에 방문해 보았다.

조금 더 찾아보니 과거 용산 미군기지와 미군 가족 숙소로 활용되었던 부지를 어린이정원으로 새롭게 개방한 것이라고 한다. 붉은 벽돌 지붕을 이고 있는 단층집과 파릇한 잔디마당, 아름드리나무의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미국 주택가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산책로를 올라가면 아름드리나무와 함께 붉은 벽돌 지붕 집을 만날 수 있다.

한번 구경해보고 싶어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용산어린이정원에 방문하려면 최소 6일 전에는 누리집(https://yongsanparkstory.kr/)에서 예약해야 한다. 방문 예정일과 방문자 정보를 기입한 뒤, 예약자와 일행 모두 신분증을 챙겨서 방문하면 된다.

종합안내센터에서 신분 확인 및 소지품 검사를 받은 뒤 출입할 수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에 입장하는 건 공항의 입출국 심사대와 무척 유사했다. 종합안내센터에서 이름과 얼굴을 대조해서 확인한 뒤, 소지품을 바구니에 담아 검색대를 통과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대통령실과 가깝기에 철저하게 보안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용산어린이정원 온화 전시장에 방문하는 관람객.

온화 전시회가 열리는 전시관은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야 보였다. ‘온화-Gentle Light’ 전시회는 따스한 불빛으로 용산의 미래를 밝힌다는 주제에 맞춰 집의 온기를 재해석해 전시한 작품이라고 한다. 따스하고 영롱한 불빛으로 그동안 금단의 땅이었던 용산의 미래를 밝히겠다는 취지에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온화 전시장에서 빛무리를 찍고 있는 관람객.

1500여 개의 전통 창호 모양 등불을 매달아, 반딧불이가 깜박거리듯 빛 전시를 구현해 놓았다. ‘인생사진’을 찍기에 딱 좋다는 소문이 퍼져서인지, 어린이를 위한 정원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비슷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용산어린이정원이 마냥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는 시도로 느껴졌다. 

이미 전시장을 방문해 본 사람들 사이에 잘 알려진 포토존에 서서 사진을 찍어보니, 정말 만족스러운 인생사진이 나왔다.

온화 전시회에서 인생샷을 찍어보았다.

어둠 속에서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불빛을 오롯이 마주했다. 불빛이 전달하고자 하는 온기와 더불어, 함께 하기에 더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그대로 전해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폐쇄되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시민이 함께 머무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무더운 햇빛을 피해 이른 아침에 방문했는데도 빛 전시회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온화 전시장에서 나와 아름드리나무가 드리워진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기록관1에 들렀다.

용산어린이정원 기록관1에서 미국 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은 과거 미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용산기지에 살았던 수 코스너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용산기지에서의 미군 가족의 생활을 재구성한 공간이라고 한다. 거실, 다이닝 룸, 아버지의 방, 수의 방을 둘러보면서 미국 가족의 생활을 고스란히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용산어린이정원 기록관1에서 미국 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맞은편 기록관2는 미8군 무대를 통해 소개된 미국 음악과 미국 음악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그 시절의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용산어린이정원 기록관2에서 한국 근대음악 공연 영상을 관람할 수 있었다.

흑백으로 촬영된 당시 음악 공연을 감상하고, 명곡 LP를 헤드폰을 쓰고 감상할 수 있었다. 함께 방문했던 어머니는 LP판 음악을 들으면서 유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이야기해주셨다.

용산어린이정원 기록관2에서 한국 근대음악 LP를 들어볼 수 있었다.

기록관 건물 앞에서 스탬프 투어를 하는 어린이들과 부모를 볼 수 있었다. 종합안내센터에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 투어 엽서를 가지고, 용산어린이정원 곳곳에 숨겨진 우체통을 찾아 스탬프를 찍는 활동이었다. 

용산어린이정원 스탬프 투어 활동을 위한 우체통.

지도 위에 표시된 장소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용산어린이정원에 있는 장소 곳곳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도는, 햇빛이 강한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도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걸음을 옮기는 어린이들과 부모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이와 어머니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 스탬프 투어를 즐기고 있다.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방문한 어머니는 “한적하고 조용해서 산책하기에 좋아요. 넒은 잔디마당이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고, 아이와 함께 힐링하기에 안성맞춤이에요. 서울 한복판에 있어서 교통도 편리하네요”라고 말했다. 

기록관 맞은편으로 펼쳐진 넓은 잔디마당은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은 장소였다. 탁 트여 있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잔디마당 입구에는 커다란 마시마로 캐릭터 조형물도 놓여 있어서 아이들이 사진을 찍기에 좋아보였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넓은 잔디마당에 마시마로 조형물이 놓여 있다.

초등학생 아이에게도 소감을 물어보니, “온화 전시장이 아름다워서 좋았고, 출입구 근처에 있는 용산서가가 좋았어요”라고 전해주었다. 

나 역시도 용산서가에서 아늑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용산서가는 어른용 도서관과 어린이용 도서관이 따로 나뉘어 있기에 각 연령층에 맞는 도서와 장소를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용산서가의 어른용 도서관에 있는 커다란 책장.

어린이 도서관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동화책으로 가득한 공간이었고, 어른용 도서관은 한쪽 벽면을 책장으로 꽉 채워 놓고 앞쪽에는 푹신한 빈백과 널찍한 테이블을 놓아두어 쾌적한 독서 환경을 마련해 두었다. 한여름의 햇빛을 피해 용산서가에서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는 방문객들도 꽤 보였다.

용산서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과 미군 가족 숙소의 풍경.

용산서가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소리가 들려왔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파릇한 나뭇잎을 매단 아름드리나무와 야트막한 용산 미군 가족 숙소 너머로 높게 솟은 고층 건물과 햇빛에 반짝거리는 유리 건물들이 보였다. 서울이 복잡한 대도시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었다. 

도심 속 자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용산어린이정원.

도심 한가운데에서 높지 않은 건물과 나무가 이렇게 많은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용산어린이정원은 건물에서 묻어 나오는 여유로움과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을 함께 품고 있었다. 이국적인 건물들과 어우러진 자연이 아름다워서 나 역시도 힐링하고 올 수 있는 하루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지민 hanrosa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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