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 빠지니 무더위가…'헉헉' 소리나는 폭염 속 수해복구 현장

강수환 2023. 8.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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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른 오전부터 얼음을 찾게 되는 푹푹 찌는 날씨의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이날도 대흥리 일대 홍수 피해 농가는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이 농가 주인인 정찬빈(53)씨는 "이제 곧 수확 철을 앞둔 멜론과 수박은 물에 잠겼으니, 9월에는 프리지어를 심으려고 했는데 더워서 9월 전까지는 복구 작업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우리도 더운데 (자원봉사자분들은) 얼마나 더울까. 힘들 텐데 나서서 복구작업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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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피해 심한 충남 청양군 농가, 수자원공사 직원들 복구작업 참여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금방 땀 범벅·물만 연신 들이마셔
찌는듯한 더위에도 계속되는 수해복구 활동 (청양=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3일 오전 폭염경보가 내려진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홍수 피해 농가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2023.8.3 swan@yna.co.kr

(청양=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얼음 사 왔어?"

3일 이른 오전부터 얼음을 찾게 되는 푹푹 찌는 날씨의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이날도 대흥리 일대 홍수 피해 농가는 수해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한 철거 전문 업체에서 나온 직원 A씨는 얇은 옷으로 온몸을 덮은 채 오전 9시께서부터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A씨는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에서 철거작업을 하는 동료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연신 땀을 흘리는 다른 직원이 A씨에게 다가가서는 '얼음'부터 찾았다.

그는 아이스박스에 얼음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물을 챙겨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바닥에 '철퍼덕' 앉았다.

A씨는 "오늘 새벽 4시 30분부터 나와서 작업하고 있는데 서서히 참을 수 없을 만큼 더워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면서 "허허벌판이고 하늘이랑 맞닿아서 더 덥다. 집 가면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고 토로했다.

폭염에 수해 복구작업 하는 청양 농가 (청양=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3일 오전 폭염경보가 내려진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홍수 피해 농가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2023.8.3 swan@yna.co.kr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흥리 전역에서는 '청양에 폭염경보가 내려져 주민들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되도록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청양은 이날 습도까지 높아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옆 농가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 150여 명이 비닐하우스 내부를 정리하는 수해복구 작업에 나섰다.

뜨거운 태양 볕을 피하려고 저마다 모자와 토시 등으로 무장하고 비닐하우스 농가에 들어선 이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이고, 발이 쑥쑥 빠지네"

잠겨있던 물이 빠지면서 비닐하우스 농가는 진흙으로 변했다. 진흙에 파묻힌 집기류와 고철 등을 포대에 담고 진흙과 더위와 사투하며 20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났다.

'이 순간 필요한 건, 물' (청양=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3일 오전 폭염경보가 내려진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홍수 피해 농가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선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쉬는 시간에 시원한 물을 마시려고 하고 있다. 2023.8.3 swan@yna.co.kr

이미 얼굴이 발갛게 익고 땀으로 범벅된 이들은 그늘에서 옹기종기 모여 땀을 닦아내거나 시원한 물을 들이켰다.

한 직원이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자 다른 직원이 "마을회관이 가장 가까운데 거리가 조금 있어서 화장실 가다가 쓰러질 수도 있어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10여분 만에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복구작업에 돌입한 수자원공사 직원들은 진흙에 파묻힌 비닐을 힘겹게 꺼내 돌돌 말았다.

"군대 때 생각이 나네."

흙먼지가 날리자 땀에 젖은 옷과 얼굴에 흙먼지가 달라붙었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조금이라도 힘들면 쉬러 가세요."

혹시라도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직원들은 충분히 쉬면서 작업할 것을 독려했다.

오전부터 '헉헉' 대는 소리가 나오는 푹푹 찌는 더위에 수해복구 작업은 보통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정오쯤에 끝난다.

그러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늘과 물이 필요해' (청양=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3일 오전 폭염경보가 내려진 충남 청양군 청남면 대흥리 홍수 피해 농가에서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선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물을 들이켜고 있다. 2023.8.3 swan@yna.co.kr

이 농가 주인인 정찬빈(53)씨는 "이제 곧 수확 철을 앞둔 멜론과 수박은 물에 잠겼으니, 9월에는 프리지어를 심으려고 했는데 더워서 9월 전까지는 복구 작업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우리도 더운데 (자원봉사자분들은) 얼마나 더울까. 힘들 텐데 나서서 복구작업 해주셔서 참 감사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쉬는 시간에 진흙 바닥 위에서 쉬고 있던 한 수자원공사 직원은 땀이 눈으로 들어가자 수건으로 얼굴을 연신 닦아냈다.

이 직원은 "더운 건 각오했기 때문에 괜찮다. 그런데 가장 힘든 건 우리보다 피해를 보신 청양 주민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해서 보람차다"고 말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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