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며느리는 남자면 안 될까? 대체 며느리가 뭐길래! [책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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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여전한 한국에서 이 구호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2019년)에서 우리 안에 숨은 혐오를 신랄하게 파헤쳤던 그가 이번엔 가족으로 눈을 돌렸다.
'건전한' 출산을 말하는 건 결국 임신과 출산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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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 숨은 차별과 불평등을 짚다
"가장 강력한 차별은 온정적 얼굴로 다가온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여전한 한국에서 이 구호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대체 며느리가 뭐길래?
신간 '가족각본'의 저자 김지혜 강릉원주대 교수(다문화학과)의 답은 이렇다. '아들의 아내'란 뜻의 며느리는 모순적 존재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과 동등하지 않은, 낮은 지위인데도 요구되는 도리는 너무 많다. '시부모에게 효도하기'부터 '집안 제사 받들기'까지. 저자의 말마따나 '주도성이 요구되는 종속 상태라는 모순적인 위치'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며느리는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는 거지?
그렇게 우리 곁에 숨어있던 '가족각본'이 드러난다. "성별에 따라 정해지는 이 모든 가족질서는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인위적으로 정교하게 기획해 놓은 틀에 사람을 끼워 맞춘 것이다."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린 사실 '남자 며느리'가 아니라 견고하고 평범하다 믿었던 가족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소수자와 인권, 차별에 대해 가르치고 연구해 왔다. 전작 '선량한 차별주의자'(2019년)에서 우리 안에 숨은 혐오를 신랄하게 파헤쳤던 그가 이번엔 가족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각본'대로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 슬며시 숨겨진 편견과 차별도 함께 들춰진다. 예컨대, 임신과 출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장애인 부부나 비혼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고 할 때, 대다수는 긍정적 대답을 주저한다. "아이가 불쌍한 인생을 살진 않을까. 부모가 '이기적'인 건 아닐까." 하지만 출산의 자격을 그 누가 물을 수 있을까. '건전한' 출산을 말하는 건 결국 임신과 출산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국가가 출산을 통제하는 것의 기저엔 사람의 가치에 우열을 매기는 우생학적 관념이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출산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온정적인 염려와 경고를 보냄으로써, 세상의 차별이 변함없이 계속될 것임을 기정사실화한다. 그리하여 닥치는 불행은 오롯이 출산을 선택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어쩌면, 가장 강력한 차별은 온정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올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책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답을 찾아간다. 가족제도를 비판적으로 접근한 연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로 가족각본이 만들어 낸 불평등의 문제를 짚어 낸다. 저자는 묻는다. "이제 우리, 가족각본을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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