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국부’ 아타튀르크 생애 다룬 디즈니 다큐멘터리 공개 취소에 격양
‘앙숙’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단체 로비설 제기
“튀르키예를 무시한 무례한 태도” 반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가 튀르키예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공개를 돌연 취소하자 튀르키예 정부가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다. 튀르키예는 1923년 공화국을 세운 아타튀르크를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할 정도로 그를 신성시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정부가 디즈니플러스의 아타튀르크 시리즈 공개 취소 사태와 관련해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애초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0월 29일 튀르키예 공화국 100주년 기념일에 맞춰 6부작으로 제작한 아타튀르크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이날 튀르키예 전역 극장에서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영화 형식으로 개봉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디즈니플러스는 “콘텐츠 배포 전략이 수정됐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튀르키예는 발끈했다.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단체가 디즈니플러스를 압박해 시리즈 공개 계획을 철회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튀르키예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의 오메르 첼릭 부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에 기반을 둔 플랫폼(디즈니플러스)이 아르메니아 로비에 굴복했다”며 “튀르키예를 무시한 플랫폼의 무례한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튀르키예가 이번 사태 배후로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단체를 지목한 이유는 아타튀르크에 대한 아르메니아의 오랜 원망 때문이다. 아타튀르크는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해체된 후 권력을 잡아 1923년 튀르키예(터키) 공화국을 만들었다. 이후 1938년 사망할 때까지 초대 대통령으로 재직하며 튀르키예를 이끌었다. 정교분리와 세속주의를 추구하며 튀르키예의 현대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아르메니아에선 아타튀르크가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살해한 아르메니아인과 아시리아인, 그리스인이 약 15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타튀르크는 1차 세계대전에서 아르메니아 주축인 기독교 공동체가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르메니아인들을 핍박했다. 지금까지도 아르메니아는 아타튀르크를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주범으로 여기고 있고,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이런 견해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튀르키예는 줄곧 아타튀르크의 아르메니아인 살인은 인정하면서도 “1차 세계대전 중이었다는 맥락을 따져야 한다”며 “제노사이드는 아니다”라고 반박해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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