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기증' 뒤 숨은 고군분투…신간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21년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 기증은 우리 미술계에 큰 화제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도 이건희 컬렉션이 내걸린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붐볐고 긴 대기 줄이 생기기도 했다.

2022년 10월부터 3개월간 광주와 부산, 경남에서 열린 지역 순회전에도 49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신간 '이건희.홍라희.컬렉션.'(자음과모음)은 이같은 화제를 낳은 이건희 컬렉션 뒤에 숨은 이야기를 찾는 책이다.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하는 손영옥 문화전문기자가 이건희 컬렉션의 수집 과정과 기증, 그리고 컬렉션에 포함된 작품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컬렉션의 시작은 고미술이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자의 권유로 컬렉션을 시작했고 컬렉션 성격도 이병철의 것을 보충하는 데서 출발했다. 실제로 부부가 함께 산 1호 컬렉션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였다.

미술관 건립이란 컬렉션 목표도 분명했다. 이를 위해 이건희는 개인의 취향보다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을 모았다.

저자는 또 이건희 컬렉션에서 이건희와 함께 부인 홍라희의 역할에 주목한다. 홍라희는 삼성가에서 호암미술관장과 리움미술관장을 맡아 미술 전문 경영인으로 일하며 컬렉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고미술에서 출발한 컬렉터 이건희의 관심사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로 넓어지고 깊어진 데는 홍라희의 존재가 결정적 도움이 됐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건희 컬렉션'이 아닌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으로 새롭게 호명한다. 나아가 앞으로 들어설 '이건희 미술관' 이름 역시 '이건희·홍라희 미술관'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책은 컬렉션 구축 과정에서 컬렉터와 함께 '2인3각' 역할을 했던 화상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갤러리현대의 박명자 회장과 가나아트·서울옥션의 이호재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부부에게 그림을 소개했던 화상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일화도 전한다.

이건희·홍라희 컬렉션 가운데 국·공립미술관에 기증된 한국 근·현대 작품과 서양 근대 작품, 그리고 해당 작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작가의 대표 작품도 함께 담았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그림 위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들려주고 싶었다"면서 "'세기의 기증'이란 거대한 수식어 뒤에 숨은 고군분투까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440쪽.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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