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내 '잡음'…사정기관 수사 대상된 한국형 구축함 사업
설계도면 '도둑촬영'에도 감점 안받고 사업 수주
방사청 "보안감점 규정 개정, 정부 권고 따른 것" 해명
앞서도 한화오션 "제안서 평가 불공정" 이의제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사업자 선정 때부터 3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형 차세대구축함(이하 KDDX) 사업에 대한 경찰 수사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간 특혜 의혹이 줄곧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사정기관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329180)에 유리하도록 평가항목 중 일부 점수를 수정한 것으로 보고 지난 6월부터 방사청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불공정행위 이력 감점제, 사업 직전 개정
KDDX는 해군의 기존 이지스구축함 보다 작은 6000톤(t)급의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 하는 사업이다. 7조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총 6척을 확보할 예정이다. 당시 기본설계 사업 예산은 2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 사업을 따내야 이후 ‘상세설계’와 1번함 건조 사업까지 수주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치열했다. 기본설계 전 단계인 개념설계 사업은 한화오션(042660)(옛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했었다.
경찰이 의심하는 대목은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이 제안서평가업무지침을 바꿔 HD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부분이다. 당초 ‘방첩사의 처분 통보 접수시’ 최대 1.5점까지 감점하도록 한 기준을 ‘기소유예 처분 또는 형벌 확정시’ 감점으로 변경하고, 감점 적용 대상 기간도 ‘최근 2년 이내’ 사건에서 ‘최근 1년 이내’ 사건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안감점’을 받지 않은 HD현대중공업은 0.056점 차이로 사업을 따냈다. 2019년 10월 한국형 경항공모함으로 불렸던 대형수송함(LPX)-Ⅱ 사업 역시 HD현대중공업이 가져갔다.
방사청 “특정업체 위한 보안 감점 개정 아냐”
하지만 방사청은 “국무총리소속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의 기업 현장애로 개선과제 검토 요청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의결 통보사항 등을 검토해 보안사고 감점기준을 개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후 방사청은 다시 2021년 12월 보안 감점을 최대 1.5점에서 2.0으로 늘리고, 감점 적용 대상 기간도 3년으로 확대했다. 이 역시 방사청은 “2020년 10월 KDDX 사업 관련 (보안사고 관련 규제가 약하다는)국회 국정감사 후속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KDDX 기본설계 사업은 한화오션의 이의신청 등으로 입찰 결과 발표 때부터 시끄러웠다. 방사청은 개청 이후 처음으로 평가검증위원회까지 열어 평가 결과를 검토하기도 했다.
최근 5년간 유사함정 설계와 건조 실적 역시 기본설계 9건, 상세설계 10건, 건조 23건으로 HD현대중공업(7건·8건·19건) 보다 앞서는데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방사청은 “미보유 장비·시설과 실적 항목 배점은 제안서를 상세히 기술한 쪽에 상대적으로 더 좋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전력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내부 지침에서 규정하는 ‘정부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감점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2019년 9월 규정을 바꾸면서 ‘사업수행성실도’ 평가 항목을 수정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당초에는 모든 공적 영역 기관 관련 범죄에 감점을 주던 것을 ‘대한민국 정부기관’으로 한정한데 따른 것이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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