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같은 행운 찾아온 이 가족…곰팡이투성이 반지하가 새집 변신
거동 불편 어머니와 중증장애 아들 가정
화장실·싱크대 교체하고 바닥 공사까지
작년 9가구 이어 올해 50가구 지원
전남 신안군 암태면 당사도가 고향인 김 씨는 인근 섬으로 시집가 남편과 농사지으며 5남매를 키웠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농사짓는 게 힘에 부치자 30여년 전에 상경했다. 서울살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동대문 근처에 식당을 열었다 두 번 실패했다. 청소, 식모, 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여러 차례 무릎과 허리 수술로 거동도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다.
30년 전 상경한 이들이 현재 도봉구 반지하로 옮긴 게 2년 전 일이다. 처음으로 서울에서 자가를 구매했다. 지대가 높아 장마에도 집에 물이 차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습기만은 막을 수 없었다. 김 씨는 “거실에 곰팡이가 점점이 생겨서 걸레로 닦고 바닥 장판 밑에 신문으로도 덧대봤지만 소용없었다”며 “점점 퍼지더니 입주할 때 도배한 노란색 바닥이 검게 변해 방까지 들어와서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물먹는 하마도 소용없어 하루에 두 번씩 물을 버려야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시의원이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반지하 개선사업인 안심동행주택에 지원해보라며 구청에 추천했다. 시와 한국해비타트 직원이 살펴보고 이 집을 작년 마지막 9호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관계자들은 너덧차례 방문해 김 씨 모자와 리모델링 방식을 상의했다.
바닥에 단열재와 비닐을 겹겹이 깔아 방습 처리를 해 물이 스며들지 않게 했다. 허리가 불편한 김 씨를 고려해 싱크대 앞과 화장실 앞에 턱을 놓고, 화장실 안에도 안전 손잡이를 설치했다.
김 씨는 “지금도 제습기에 물을 3번은 버려야 하지만, 더 이상 바닥에 물이 차진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겠지만 평생 살 집이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 씨 모자에게 행복을 안겨준 리모델링은 지난해부터 서울시가 대우건설,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주거취약가구에 맞춤형 집수리를 지원한 ‘주거취약계층 주거환경개선 민관 협력사업’의 결과물이다. 이들 집이 안심동행주택 9호다. 올해는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합류해 지원 대상을 50개 가구로 늘렸다. 시는 올여름 당장 집수리가 여의찮은 가구에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제습제․방충제 등이 포함된 ‘안심동행키트’를 제공했다.
이 집의 리모델링에 참여한 김정훈 한국해비타트 팀장은 “리모델링 이후 내 집 공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며 “아드님도 자활의지가 있고, 어머니도 의지가 강해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 민간 기업과 손발이 잘 맞아 한국해비타트는 NGO로서 리모델링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함께해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주거취약계층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4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안심동행주택 첫 지원 대상이던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구의 경우에 열악했던 반지하 가구가 새집처럼 바뀐 것을 보면서 집주인과 주민분들이 함께 기쁨을 나눴던 게 생생히 기억난다”며 “올해는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새롭게 동행 파트너로 합류하고 대우건설에서도 더 많이 동참해 주신 덕분에 사업규모가 커진 만큼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빠르게 개선,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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