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로 불린 ‘바람이’ 청주동물원 생활 한달 만에 건강 회복[현장에서]
“보세요. ‘바람이’가 아주 편하게 누워있어요.”
3일 오전 충북 청주동물원. 최형민 동물복지사(31)가 바람이가 있는 방사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람이는 편안한 표정으로 자기 덩치만 한 나무토막을 끌어안은 채 방사장 바닥에 누워있었다. 나무토막은 기존 방사장에 있는 수사자 ‘먹보’(19살)와 암사자 ‘도도’(12살)가 가지고 놀던 것이라고 했다.
최 복지사는 “합사훈련을 위해 기존 사자들의 체취가 묻은 나무토막을 바람이 방사장에 가져다 뒀다”며 “다른 사자들 체취가 묻은 나무토막을 거부감 없이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 바람이가 무리생활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람이는 지난달 5일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늙은 숫사자다. 나이는 19살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는다. 바람이는 200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 부경동물원으로 옮겨졌다.
한때 바람이는 ‘갈비사자’로 불렸다. 부경동물원의 협소한 실내방사장에서 지내며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랐기 때문이다.
청주동물원으로 이사 온 지 한 달. 바람이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갈비와 다리 등에 뼈가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앙상했던 이전과 달리 살이 조금 붙은 모습이었다. 하루 4㎏어치 닭고기와 소고기를 먹인 결과다.
“먹보와 도도도 나이가 들면서 하루 2kg 분량의 닭과 소고기를 겨우 먹고 있는데, 바람이는 하루 4kg 먹이를 거뜬히 먹고 있어요. 그만큼 굶주려 있었다는 뜻이죠.”
최 동물복지사는 바람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청주동물원으로 둥지를 옮긴 이후 바람이는 2주 가량 어두운 실내방사장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산책을 하는 등 실외 방사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다가가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동물복지사들이 바람이와의 교감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바람이는 정기검진에 앞서 동물복지사 2명과 함께 메디컬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먹이를 통해 교감을 끌어내 동물이 자발적으로 혈액 채취, 몸무게 측정 등에 참여하도록 하는 훈련이다.
이날도 바람이는 메디컬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최 동물복지사가 방사장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바람이가 위협하듯 으르렁거리며 앞발을 들었다. 최 동물복지사는 호루라기를 불며 먹이 주기를 반복했고, 먹이를 들고 이동하자 바람이도 따라 움직였다. 이번 훈련의 최종목표는 바람이 꼬리에서 수의사들이 채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 동물복지사는 “바람이는 워낙 고령이어서 건강검진을 위해 마취를 하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이에 앞서 채혈을 통해 기본적인 질병과 마취를 해도 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동물원은 다음달부터 바람이와 먹보, 도도를 한 방사장에서 지내게 하기 위해 합사훈련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 동물복지사는 “먹보와 도도도 바람이가 있는 방사장을 종일 쳐다보고, 같이 으르렁거리는 등 교감하고 있다”며 “합사훈련을 통해 사자 세 마리를 한 방사장에서 지내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강검진과 합사훈련 등을 무리해서 진행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는 “바람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청주동물원은 ‘사육사’의 명칭을 올해 하반기부터 ‘동물 복지사’로 부르기로 했다. 동물원에서 사육중인 동물들의 복지에 힘쓰기 위해서다.
김청호 청주동물원진료사육팀장은 “사육곰이었던 반이와 달이를 이곳에서 지내게 하면서부터 ‘사육사’라는 명칭을 바꾸기 위해 많이 고민해 왔다”며 “동물원에 동물들을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동물 복지를 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동물 복지사’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주동물원에는 70종, 376마리 동물들이 있다. 이곳은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부리가 휘어진 독수리, 도심에서 발견된 붉은여우 등이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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