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썼다 지웠다' 홍준표···유승민 "'입꾹닫' 하시는 게 맞지 않나?"
중징계받은 홍준표가 남긴 페이스북
'수해 골프' 논란을 일으킨 홍준표 대구시당은 7월 26일 국민의힘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10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홍 시장은 7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 올렸습니다.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을까?"
홍 시장은 "내 일찍이 정치판은 하이에나 떼들이 우글거리는 정글과 같다고 했다.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자가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면서 "하이에나 떼들에게 한두 번 당한 것도 아니지만 이 또한 한때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할 것이고, 나를 잡범 취급한 건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을까?"라며 "황교안이 망한 것도 쫄보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가뜩이나 허약한 지지층"이라며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라고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했습니다.
반성은커녕 발끈하는 모습에 반응은 '싸늘'
홍 시장이 안고 가야 한다며 감싼 유승민 전 의원은 홍 시장 글에 반발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7월 31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정치인의 신뢰성 이런 것은 일관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분(홍준표) 말씀이 너무 오락가락한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너무 오락가락하시고, 그분이 겉으로 되게 센 척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약한 분이다."라며 "제발 좀 잘못하셨으면 그분이야말로 '입꾹닫' 하시는 게 맞는 것 아닌가?"며 "자신을 왜 끌어들이냐?"고 발끈했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한 언론에 출연해 홍 시장에게 자중을 요구했습니다.
8월 1일 YTN '뉴스 라이브'에 출연한 안 의원은 "이준석도 유승민도 안고 가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 "선거에서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쪽이 이기는 건 맞는데 정도 문제가 있다. 원팀으로 치러야 한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공천 파동이 일어나고 당 대표가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든지 이런 모습들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안 의원은 "당원권 정지는 '자숙하고 그동안은 조용히 계시라'는 그런 뜻 아니냐?"며 "당원권 정지되기 전과 똑같이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당원권 정지의 뜻이 퇴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슬그머니 사라진 홍 시장의 글
심상치 않은 분위기 탓인지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슬그머니 지웠습니다.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라며 남긴 글이 사라졌습니다.
홍 시장이 글을 썼다 지웠다 한 것은 이번뿐이 아닙니다.
'수해 골프' 논란으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하자, 7월 20일 밤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는 뜻의 '과하지욕' 사자성어를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8시간쯤 지나 돌연 삭제했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될 만한 글들을 올렸다가 몇 시간 만에 삭제했습니다.
홍 시장이 SNS에 글을 올리고 지우는 것을 두고 지지자들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홍 시장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 게시판에 한 지지자는 "페이스북 글 썼다가 지울 거면 안 쓰는 게 낫지 않나요?"라는 글을 썼습니다.
이 지지자는 "요즘 시장님께서 페북 글을 수정했다거나 삭제했다는 게 언론에서 심심찮게 나오는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자칫하면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댓글을 달아 "의사표시는 하고 기록을 남기는 게 적절치 못할 때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글을 썼다가 다시 지우는 행동에 대해 당 안팎에서도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7월 31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홍 시장을 향해 "품격이라든지 인성부터 좀 갖추는 게 좋겠다. 입을 닫아 놓지 못해요. 겁나니까 (글을) 다 지워버리잖아요. 말은 하고 싶은데 말해놓고 난 다음에는 이분이 주워 담지도 못해요."라고 비판했습니다.
양금희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은 8월 1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저도 (페이스북 글을) 읽었다. 홍준표 시장다운 액션이라고 봤다"라며 "그걸 바로 지웠다는 건 지금 징계 상황을 인식하고 자중하는 모습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준표도 '움찔하게 만드는' 징계?
홍 시장은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아 2024년 5월까지 당원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활동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러니까 2024년 총선에서 당내 특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겁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징계로 부적절한 언행이나 잡음을 일으키면 가차 없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내부 결속을 다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리스크라든지, (홍 시장에 대한) 김기현 대표가 갖는 불만 이런 것들이 있었을 텐데 총선 앞두고 일단 이번 조치를 통해서 상당히 제압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동안 홍 시장이 당내 열세를 대중적 인기로 만회해 왔었는데, 이번 사건은 워낙 치명적이라서 그것도 여의찮게 됐다. 여당 비주류라고 하지만, '여당 주류의 대안'이라고 국민이 여기지 않는 사건이 됐기 때문에 당내에서 홍 시장이 힘을 크게 잃은 것이 아닌가?"라고 덧븥였습니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혀온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종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치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지우지 않은 홍 시장의 글
"더 이상 이 문제로 갑론을박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 갈등이 증폭되고 재생산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나는 아직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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