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싸’에서 롯데 ‘인싸’ 됐다…사명 3번 교체에도 알짜 기업으로 재탄생 [그 회사 어때?]

2023. 8. 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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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0주년 앞둔 롯데정밀화학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 전경. [롯데정밀화학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1964년 삼성은 당시 식량 자급이라는 국가 과제를 해결하고자 ‘한국비료공업’을 세웠습니다. 이후 삼성정밀화학으로 바뀌었고 또다시 사명 변경을 통해 롯데정밀화학이 됐습니다. 사명의 변천사만 봐도 이 기업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쳤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롯데그룹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자리잡으며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롯데그룹 계열사(상장사 기준, 롯데지주 제외)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4085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은 화학·식의약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지난해에는 주력 화학 제품인 가성소다, ECH(에폭시 수지 원료) 등이 사용되는 전방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 가운데 탈탄소 친환경 사업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 → 산은 → 삼성 → 롯데 등 주인 교체의 역사
롯데정밀화학 모태인 한국비료공업 울산공장 전경. [롯데정밀화학 제공]

롯데정밀화학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1966년 ‘한국비료공업 사카린 밀수 사건’이 발생하면서, 삼성은 그다음 해 한국비료공업 지분 51%를 국가에 반납했습니다. 이후 한국비료공업 대주주는 산업은행이 됐습니다.

한국비료공업이 다시 삼성 품으로 돌아가기까지는 27년이 걸렸습니다. 1994년 산업은행은 한국비료공업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삼성은 대림산업 등을 제치고 최종낙찰자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삼성은 한국비료공업 사명을 ‘삼성정밀화학’으로 바꾸고 반도체 현상액, ECH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습니다.

삼성 계열사로 영원히 남을 줄 알았던 삼성정밀화학은 2015년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롯데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난 것이죠. 당시 삼성은 3조원에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지분 포함, 현 롯데이네오스화학)을 포함해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을 롯데에 매각했습니다.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려는 삼성과 화학 사업을 키우고 싶은 롯데의 이해관계가 절묘히 잘맞았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성정밀화학은 현재 롯데정밀화학이 됐습니다.

롯데 캐시카우로 거듭나다
롯데정밀화학 염소계열 공장. [롯데정밀화학 제공]

롯데정밀화학은 삼성 소속 당시 존재감이 약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입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죠. 인지도가 부족해 삼성정밀화학 인수에 대해 롯데 직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롯데정말화학에 대한 우려는 시간이 흘러 기대감으로 바뀌었습니다. 대내외적 리스크에도 매년 꾸준한 실적을 달성한 것이죠. 최근 시황 악화로 여러 석유화학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증권사 예측치(500억원 후반대)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한 것이죠. 영업이익률은 16%에 달합니다. 롯데케미칼은 물론 롯데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입니다.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자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정밀화학 목표주가를 올해 3월 7만8000원에서 현재 9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성장세를 이끄는 대표 제품은 단연 가성소다입니다. 섬유, 세제 등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 원료인 가성소다는 최근 이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공정물질로 활용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산 35만t의 가성소다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수요지에 저장 탱크를 설치하는 등 수요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이 생산한 가성소다가 적용된 비누 제품 이미지. [롯데정밀화학 제공]

반도체 회로 제조 공정에 쓰이는 반도체 현상액 원료(TMAC)는 효자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TMAC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죠. 롯데정밀화학은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자 1만t 증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증설이 완료되면 롯데정밀화학의 TMAC 생산능력은 연산 4만5000t에서 5만5000t으로 늘어납니다.

화학 사업보다 매출 비중이 적지만 식의약 제품도 롯데정밀화학의 무기 중 하나입니다. 식의약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자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5월 인천 공장에 2000t 규모의 식의약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2025년 상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식의약 추가 증설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신무기는 암모니아
롯데정밀화학 직원이 식의약 제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제공]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암모니아로 대표되는 친환경 사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완전 연소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은 친환경 연료입니다.

롯데정밀화학은 이미 50년 이상 암모니아 사업을 진행하며 아시아 최대 암모니아 유통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 구매 규모는 단일 회사 기준으로 세계 3위 수준이죠. 롯데정밀화학은 울산항과 인접한 울산공장에 수입, 저장, 판매망 등 대규모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암모니아 저장 탱크 추가 건설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는 롯데케미칼, 삼성엔지니어링과 손잡고 암모니아 열분해 기술 실증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은 고부가 소재 분야에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M&A 투자를 연내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는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톱(Top)10 정밀화학사’로 도약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에 인수된 이후 ‘인싸’로 거듭난 롯데정밀화학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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