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연차 쓰려니 짜증난다"…에어컨 틀자 코로나 재확산, 기업들은 '혼란'
[아이뉴스24 장유미,강지용 기자] "코로나 걸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개인 연차를 쓰려니 짜증이 나네요."
최근 만난 한 삼성전자 직원은 코로나19에 걸려 의도치 않게 연차를 쓰고 일주일간 집에 꼼짝 않고 누워있었다고 토로했다. 두 번째 코로나 확진이었다는 그는 "코로나에 걸려도 출근은 할 수 있고 본인이 원하면 연차를 소진하는 건데, 처음 걸렸을 때보다 더 아파서 회사를 갈 수가 없었다"며 "이전에는 재택을 하거나 유급 휴가였는데 방역지침이 바뀐게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들이 다시 방역 지침을 강화할 지 주목된다.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중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약 6만 명, 최대 7만6천 명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격리 의무 해제,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등 방역 규제가 풀린 데다 여름철을 맞아 냉방으로 환기가 부족해진 영향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6월 말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5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1주부터는 전주대비 20% 이상 늘어났다. 주간 일 평균 확진자 수 추이를 보면 7월 1주 2만1천856명→7월 2주 2만6천705명→7월 3주 3만6천258명→7월 4주 4만4천844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7월 4주(7월 23~29일) 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31만3천906명으로, 전주 대비 23.7% 늘었다. 확진자 수는 지난해 겨울 유행 정점 시기(12월 3주)보다 약 3분의 2, 사망자 규모는 약 5분의 1 수준이다.
방역 당국은 이전 오미크론 유행 시기보다 낮은 치명률과 축적된 의료 대응 역량을 고려하면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확진자의 빠른 증가세와 인플루엔자(독감) 동시 유행 등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 발생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확진자 수 억제보다는 일단 코로나19 일상관리체계 전환에 따른 자율 방역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고위험군 보호 중심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실내 마스크 착용 등 일상방역수칙 생활화 ▲격리 권고 적극 준수 ▲감염 취약 시설 관리·점검 강화 ▲병상 모니터링 및 대응체계 강화 ▲치료제 적극 처방 ▲진단검사 시 의료이용 안내 ▲동절기 대비 XBB 백신 접종 등을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정부는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심각도와 전파력이 낮아졌다고 보고,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 탓에 주요 기업들은 방역 지침을 다시 강화해야 할 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들어 코로나19에 확진된 직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 그러나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정하지 않고 있어 기업들도 서둘러 방역 지침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딱히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A그룹 관계자는 "정부 방역 지침을 따르는 게 맞다는 것이 내부 판단"이라며 "아직까지 정부 지침이 상향될 움직임이 없어 우리도 선제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일괄 지침을 내린 것은 아직 없다"며 "현재는 각 사업장 업무 특수성에 맞게 해당 조직별로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0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에게 기존 사흘간 주어졌던 '의무 격리'를 완전 해제했다. 대신 확진자는 자율적으로 병가(최장 3일)를 사용해 쉴 수 있도록 했고, 출근할 경우 5일 동안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현대차·기아는 코로나19 관련 유급 휴가를 5일에서 3일로 축소했으나, 심각도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 다수의 기업은 코로나19 확진 시 유급 휴가 없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에 독감까지 유행하고 있는 상황 속에 코로나 확진자를 근무하게 해야 할 지, 유급 휴가를 줘야 할 지 정부 지침이 없어지면서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본인 연차를 쓰게 되자 많은 이들이 검사를 안 받고 격리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파율을 더 높이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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