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수차례 점검했지만…7년간 검사망 피한 경남은행 500억대 횡령
2016년부터 경영실태평가 검사 2회 실시
수시검사 등도 여러 차례 진행
사고 주원인은 경남은행 내부통제시스템 허점
경남은행에서 7년에 걸쳐 562억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의 검사·감독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횡령이 발생한 2016년부터 금감원은 경남은행에 대해 정기(경영실태평가)·수시 검사 등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수백억원대 횡령 사고는 금감원의 검사망을 피해갔다.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은행의 1차 방어선과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금감원의 2차 방어선이 모두 무너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경남은행에서는 부동산투자금융부 부장 A씨가 2016년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562억원을 횡령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3일 금융 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대규모 횡령 사고가 처음 발생한 2016년 이후 경남은행에 대해 2018년 6월, 2021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경영실태평가 검사를 진행했다. 경영실태평가 검사 이외에 특수은행검사국, 부산울산지원 등에서 수시검사도 다수 있었다. 횡령 사고 발생 시점 이후 금감원이 경남은행에 대한 제재는 6건, 경영유의사항 지적은 11건 이뤄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3~4년 주기로 검사를 진행한다”라며 “2018년과 2021년 경영실태평가 검사를 나갔고 제재나 경영유의사항 지적이 없던 건까지 합하면 수차례 검사를 나갔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감원은 2021년 경영실태평가에서는 PF 문제를 지적했지만, 횡령 혐의까지는 포착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검사 이후 지난 4월 말 경영유의 사항 16건과 개선 사항 30건을 경남은행에 통보하며 은행의 PF 대출에 대한 건전성 분류 및 신용 평가와 관련해 미흡한 점이 있다며 관련 업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도했다. 또,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한 부서가 2018년 7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업무보고서를 통해 계정별 회수 금액 및 건수만 보고하고 채권 회수 실적 세부 내용을 보고하지 않아 사후 관리가 미흡하게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의 검사에도 경남은행에서 장기간 대규모로 이뤄진 횡령을 잡아내지 못하면서 금감원의 ‘저인망식 검사’의 효용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의 금융사에 대한 검사가 주요 이슈와 전반적인 경영실태를 점검하는 식으로 진행되면서 금융사에 대한 상시 감독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금감원에서도 이를 장기간 몰랐다는 것도 문제”라며 “상시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금감원의 검사 시스템은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00억원대 자금을 빼돌린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문제가 됐다. 당시 정은보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검사나 감독을 통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을 적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감원이 짧은 기간에 한정된 인력으로 방대한 양의 검사를 진행하는 만큼 몇 번의 검사로 직원이 교묘하게 설계한 횡령을 잡아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검사로 금융사고를 다 막을 수 없는 만큼 금융사가 스스로 그 빈틈을 내부통제로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번 횡령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경남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금융 당국과 금융권의 판단이다. 경남은행은 A씨에게 15년간 동일 업무를 맡겼다. 한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것이 횡령 등의 금융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은행은 통상 3~5년 주기로 순환인사를 한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부동산 PF 부문의 특수성을 고려해 A씨를 순환인사에서 배제했다. A씨가 부동산PF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는 부분도 순환인사 배제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우리은행의 대규모 횡령 사고 이후 내부통제 강화 차원에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라는 금감원의 주문이 있은 뒤에야 올해 1월 1일자로 창원 소재 본점에 있는 투자금융기획부로 자리를 옮겼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경남은행에서는 투자금융부가 창원 본점이 아닌 서울에 있고 특수성이 있는 부분이라서 A씨가 장기 근무를 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며 “특정 부서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건에 대한 검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남은행 본점에 검사반을 기존 1개반 4명에서 2개반 12명으로 확대 투입해 PF대출 등 고위험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실태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우리은행 횡령 사고 당시에는 검사 기간이 2개월가량 걸렸지만, 경남은행에 대한 검사 기간은 이보다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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