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풀리는 퇴직연금 100조원 육박…"금감원부터 분납"

지웅배 기자 2023. 8. 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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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3일 오후 열린 '연말 퇴직금 쏠림 방지를 위한 금융권 실천방안 협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올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 약 100조 원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도한 자금이동에 따른 금융시장 리스크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가 '분납 제도'를 추진키로 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먼저 오는 10월까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부담금을 50% 분납하기로 했습니다.

3일 금융감독원은 연말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과열되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자금 쏠림 방지를 위한 금융권 실천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비롯해 김범준 금감원 부원장보, 금융협회(은행·생보·손보·금투·여신·저축) 퇴직연금 담당 임원, 개별 금융사 퇴직연금 담당 임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사용자인 기업이 관행적으로 매년 12월이면 퇴직연금을 내는데, 이때 금융사들이 이를 유치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특정 시점에 만기가 몰리기 쉬운 DB형 퇴직연금이 연말에만 25조 6천억 원 납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존에 운용되는 DB형 퇴직연금 중 71조 4천억 원이 오는 12월에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올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 97조 원 이상이 풀리는 셈입니다.

앞서 지난해 연말에도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과열 경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금리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퇴직연금 부담금의 분산 납입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금융권을 필두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도 분납을 권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먼저 올해 퇴직연금 부담금을 분산 납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DB형 퇴직연금을 8월과 10월 각각 25%를, 연말에 나머지 50%를 낼 예정이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금융사들도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퇴직연금을 내는 회사'로서 금융사의 입장과 '퇴직연금상품을 제공하는 금융사'로서 입장을 청취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사 부담금 분납 시 연말뿐 아니라 월말 집중도 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또 "퇴직연금 분납은 시장 안정화뿐 아니라 금융사의 다양한 상품 출시와 수요자의 상품 선택권 확대 등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금융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향후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연내 다양한 퇴직연금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개선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올해 하반기 중에는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기를 기대한다"며 "그 과정에서 금감원은 금융사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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