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하락 여파...위험자산 기피 확산하나

남주현 기자 2023. 8. 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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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아시아증시 '파란불'…원·달러 1300원 터치
美 신용등급 하락에 위험자산 기피 확산
단기 '악재'…중장기적 영향 '제한적' 전망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2667.07)보다 50.60포인트(1.90%) 하락한 2616.47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83.8원)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939.67)보다 29.91포인트(3.18%) 내린 909.76에 거래를 종료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3.08.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12년만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원·달러는 한 달여 만에 1300원을 터치하고, 유가증권시장도 파랗게 질렸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 행렬이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미국 경제 지표가 견조한 데 다 2011년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학습효과 작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파랗게 질린 증시…원·달러 급등

5일 오후 1시 5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은 전거래일보다 12.17포인트 내린 2604.30원에 거래 중이다. 이틀 연속 하락세다. 전날 코스피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직전 거래일(2667.07)보다 50.60포인트 하락한 2616.47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 854억원, 6853억원을 순매도하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다만, 전날 29.91포인트 내렸던 코스닥은 이날 2.23포인트 오른 911.99로 반전했다.

원화도 약세다. 이날 오후 1시4분 현재 원·달러는 전거래일 대비 2.2원 오른 1300.70원에 거래 중이다. 13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10일 1306.5원이후 처음이다. 전날에는 직전일 대비 14.7원 올랐는데 이는 3월 24일(16.0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국내 증시와 외환 시장에 요동치는 것은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로 전격 강등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다.

미 신용 등급 하락은 아시아 각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68.89포인트(2.30%) 급락한 3만2707.69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14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9.75포인트(0.90%) 하락한 3261.20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55분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9% 하락 중이며, 홍콩 항셍지수는 0.24% 내외, 상하이종합지수도 0.18% 내외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영향 단기 '악재'…중장기 '패닉은 없다'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12년 만이다. 2011년 8월에는 스탠더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조정했다. 그 결과 미국 증시는 15%가량 급락했고, 코스피도 22%가량 빠졌다. 다만, 이번 신용등급 하락은 과거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피치가 지난 5월 이미 등급 하락을 예고한 만큼 예상된 악재라는 점에서다.

신용등급 강등 원인으로 제시한 부채 한도 협상이 이미 타결됐다는 점에서 과거 같은 충격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골디락스'라고 불릴 만큼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점도 배경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알렉 필립스는 피치의 이번 결정에 대해 "최신 재정정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면서 "추가적인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재정적자가 누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자체가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미국 경제는 다른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 견고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 큰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는 단기 충격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머 랠리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미국 신용 등급 하락을 계기로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국내 증시가 수개월째 강세를 보인 가운데 일시적으로 단순 조정 구간에 들어설 수도 있다.

다만, 중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중반 이후 선진국 대비 아시아 증시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던 가운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회복 중인 펀더멘털에 영향력 제한적"이라고 봤다.

원·달러 장중 1300원 터치…연말엔 1200원 초반

위험 자산 회피 심리는 단기간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지면서 원·달러가 한동안 1300원 선에서 등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아시아 증시가 하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원화는 국내증시의 외국인 자금 순매도와 역송금, 역외 롱심리 과열 등의 악재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는 9월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신용 강등에 따라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데 다 미국 내 고용 호조와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연준의 긴축 경계감으로 나타나면서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전날 7월 미국의 민간고용이 32만4000명으로 시장 예상(19만명)을 크게 상회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은 7월 FOMC 회의에서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9월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말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기대가 높아지며 다시 달러 힘이 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9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84.5%를 보였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신용등급 강등 여파는 제한적으로 그 동안 국내외 증시의 쏠림과 미국 경제 호조 등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연말에는 미국의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짙어지면서 1215원 수준까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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