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고케어 기술 탈취 분쟁이 남긴 것

이은영 기자 2023. 8. 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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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트업 A사와 대기업 계열사 B사 간에 '아이디어 탈취' 논쟁이 있었다.

A사는 B사가 신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보고 협력과 투자를 제안했는데, 논의가 불발되자 비슷한 서비스를 다른 협력사와 개발해 내놨다며 탈취를 주장했다.

상반기 내내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문제가 이어진 만큼 B사 입장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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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트업 A사와 대기업 계열사 B사 간에 ‘아이디어 탈취’ 논쟁이 있었다. A사는 B사가 신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사업모델을 보고 협력과 투자를 제안했는데, 논의가 불발되자 비슷한 서비스를 다른 협력사와 개발해 내놨다며 탈취를 주장했다. B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상반기 내내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문제가 이어진 만큼 B사 입장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양측은 누가 먼저 협력을 제안했는가부터 미팅 시 상대의 태도가 어땠는지 등 세세한 사실들에 대해서도 서로가 거짓말한다며 손가락질했다. 제삼자가 진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양측은 팽팽히 대립했다. 결국 양측은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다만 B사가 억울함을 토로하며 제공한 자료를 보니 A사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도 A사가 ‘아이디어 탈취’라는 무리한 주장을 하게 된 데엔 자신이 시장을 개척한 성과는 가린 채 B사가 자사 서비스를 ‘국내 유일’이라고 소개한 데에 대한 ‘괘씸함’이 있었다. 스타트업은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대기업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을 빼앗기든 최초 타이틀을 빼앗기든 수년간 몸 바쳐 일군 것들이 지워지기 일쑤라며 분통을 토한다.

대기업들은 ‘정말 최초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여러 전제를 달면서 “이런 기준으로는 최초가 맞는다”고 부연한다. 기술 탈취 의혹이 일면 “우리도 생각하고 있던 것”, “해외에선 흔한 기술”이라며 항변한다. 대부분의 분쟁은 대승적 합의는커녕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만다.

대기업 입장에선 여러 신사업 중 하나였을 뿐이니 빠르게 결론이 나지 않아도 잃을 것이 없다. 반면 스타트업은 갈등이 길어질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시간적 측면에서 대기업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분쟁에서 스타트업이 무력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 분쟁은 새로운 결말을 제시했다. 알고케어는 올 초 롯데가 협업과 투자를 빌미로 정보를 빼가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며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조사를 요청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미 해외에 비슷한 모델이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자 중기부에 이어 국회까지 조정에 나섰다. 결국 양사는 소모적 비방을 멈추고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데 합의했다. 롯데는 사업 철수 의사를 밝히며 “업계에 동반성장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단 6개월 만이었다.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잊히거나 수년간 송사를 벌이는 이전 사례들과 가장 다른 점이다.

롯데의 주장대로 기술 탈취가 아닐 수도 있다. 롯데는 알고케어 제품을 그저 참고만 했을 뿐이고 다른 해외 제품을 따라 만들었을 수 있다. 지금까지 탈취 논란이 일었던 여러 대기업이 전부 ‘약자를 착취하는 악인’은 아닐 테다.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한 분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이들은 스타트업이 개척한 시장에 한발 늦게 합류한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국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낸 개척자의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는 우리가 최초”라며 전제를 달거나, “어차피 해외에 있던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건 갈등을 키울 뿐이다. 대기업이 해결을 미루며 사태가 잊히길 기다리는 동안 스타트업은 스러진다.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대화하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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