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매립장' 놓고 둘로 갈린 주문진…갈등 '최고조'

윤왕근 기자 2023. 8. 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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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 설치 위한 주민 설명회 열리자 대책위 반대 격렬
대책위 "공개토론 나와" 사측 "공청회 참석해" 대립
강원 강릉 주문진읍 일원에 지정폐기물 매립시설 설립을 골자로 하는 '강릉시 에코파워 조성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린 3일 오전 강릉시 연곡면의 한 식당에 모인 반대 주민들이 설명회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2023.8.3/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동해안의 대표적인 어항(漁港)이자, 관광도시인 강릉시 주문진읍 주민들이 폐기물매립장 건립을 놓고 둘로 갈라졌다.

폐기물매립장 건립을 추진 중인 태영동부환경이 관련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자, 반대주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극렬히 반대하는 등 지역사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모습이다.

태영동부환경은 3일 오전 강릉시 연곡면 한 식당 홀에서 지정폐기물 매립장 설립을 골자로 하는 '강릉시 에코파크 조성사업'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태영 측의 주민설명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 폐기물 매립장 건립을 반대해 온 주문진 지정폐기물매립장설치 반대 강릉·양양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등 지역주민 250여명이 주민설명회 장소 인근에 집회신고를 내고 이른 아침부터 모여들었다.

찬성 측 주민 일부도 비슷한 시간 집회신고를 내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NO'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모여 들어 주민 간 맞불집회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강원 강릉 주문진읍 일원에 지정폐기물 매립시설 설립을 골자로 하는 '강릉시 에코파워 조성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린 3일 오전 강릉시 연곡면의 한 식당 앞에 찬성 측 주민들의 구호가 담긴 피켓이 세워져 있다. 2023.8.3/뉴스1

찬반 주민간 실랑이도 이어졌다.

반대 측 주민들이 설명회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내부나 입장 주민들의 사진을 찍자, 찬성 측 주민들이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찬반 주민 간 일부는 안면이 있는지 "너가 어떻게 찬성을 할 수 있느냐", "○○형님이 찬성한대" 하는 목소리를 들려왔다.

평소 형님·동생, 언니·동생 하던 동네주민끼리 폐기물매립장 설립을 놓고 반목하게 된 것이다.

대책위는 "태영동부환경의 지정폐기물매립장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어느덧 1년을 넘어서고 있다"며 "주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태영동부환경은 모기업의 힘을 믿고 여전히 자신만만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정폐기물은 다른 어떤 물질보다 부식성이 강하고 인체에 치명적 위험을 줄 수 있다"며 "장마철 매일 내리는 비는 거대한 쓰레기 침출수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침출수는 처리시설을 넘어 주변의 토양을 훼손하고, 동해안으로 흘러들어 농업과 수산업을 망치는 것이 자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10시쯤 태영동부환경이 마련한 주민설명회가 시작됐다.

태영 측은 설명회를 통해 해당시설을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고 복합산단, 물류단지 등 기업 유치와 고용창출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매립 종료 후 △산책로 △잔디광장 △캠핑장 등을 골자로 하는 관광위락시설로 조성해 관광산업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또 매립폐기물 상부에 복토를 시행, 주변지역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복토를 일일-중간-최종으로 구분, 법적기준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설명회가 시작되자 대책위 등 반대주민들이 회의장 내부로 진입, 설명회 진행을 막아섰다. 반대주민들은 꽹과리와 북, 냄비·국자를 두들기며 구호를 외쳤고, 프레젠테이션 화면이 나오고 있는 회의장 전면에 나와 반대를 외쳤다.

상황이 더욱 격렬해지자 태영 측은 급히 설명회를 끝냈다. 주민설명회가 마친 이후에도 상황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격분한 주민들은 현장을 빠져나가려는 사측 대표를 쫓아가 차량을 막아서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만류와 중재 끝에 사측 일행을 보내줬다.

강원 강릉 주문진읍 일원에 지정폐기물 매립시설 설립을 골자로 하는 '강릉시 에코파워 조성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린 3일 오전 강릉시 연곡면의 한 식당에 모인 반대 주민들이 설명회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2023.8.3/뉴스1

반대 측 주민들은 태영 측에 공신력 있는 매체를 통해 상호 토론에 임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공개토론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응하지 않았다"며 "할 얘기가 있으면, 지금까지 거부했던 TV 공개토론 등 모두에게 알릴 수 있는 공간에 나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영동부환경 측 관계자는 "대책위가 너무 공격적으로만 나오시기에 TV 토론이 아닌 각각의 입장을 담아 방송에 낸 것으로 안다"며 "추후 마련될 공청회에 반대 측 대표자 성격의 주민 분이 나오시면 충분히 토론과 대화를 통해 입장을 설득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영동부환경은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 산 560 일원 34만8602㎡ 면적에 16만1129㎡ 매립면적, 매립용량 676만6707㎥ 규모의 폐기물 매립시설 건립(강릉에코파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까지 해당사업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초안) 공람을 실시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시설이 지어지면 2026년부터 2050년까지 25년간 의료폐기물을 제외한 사업장배출시설 폐기물과 지정폐기물이 매립된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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