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위기가 기회? 고조되는 여야 ‘백드롭 정치’ 신경전
총선 앞 ‘메시지 전쟁’ 고조에 우려도…“정치적 내전상태 방증”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여야가 각 당의 국회 회의실 '백드롭(배경 현수막)'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비하' 논란을 겨냥, 3일 백드롭을 '민주당의 혁신=현대판 고려장' 문구로 변경했다. 민주당도 지난달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과 관련해 '이순신 장군 동상' 그림을 백드롭으로 내건 전적이 있다. 정치권에선 총선이 다가올수록 언론에 노출될 백드롭을 앞세운 '메시지 전쟁'이 고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드롭은 국회 회의실 배경에 걸린 현수막을 일컫는다. 백드롭은 각 당의 기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메시지 역할을 한다. 당 지도부 회의가 열리면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백드롭의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노출돼서다. 그래서 여야는 각종 이슈 때마다 백드롭에 '혁신' 등 당내현안 관련 문구나 '검찰 탄압', '가짜괴담' 등 상대 폄하 문구를 넣어, 당 메시지 전달에 집중해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회의실 백드롭을 '민주당의 혁신=현대판 고려장' 문구로 교체했다. 민주당의 '노인비하 논란' 리스크를 더 부각시켜 고령층의 반발을 키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백드롭을 배경으로 자리에 앉은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혁신을 통해 민주당을 살리기는커녕 잇따른 실언과 망언으로 민주당을 오히려 죽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측에선 이 같은 백드롭 문구에 대해 불쾌함을 표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언이 '고려장'으로까지 치부될 수준은 아니지 않나"라며 "누가 고안해낸 아이디어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논란 하나만 터지면 이렇게 프레임을 잡고 비화시키면서 집요하게 공격한다"고 토로했다.
백드롭을 통한 여야 공방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민주당은 7월10일 최고위원회의 때도 회의실 백드롭에 '이순신 장군 동상' 그림을 내걸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했다. 당시 그림에는 '국민 안전 수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문구도 있었다. 민주당도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각오로 일본 오염수 방류를 막겠다는 결기로 해석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오염수와 임진왜란이 무슨 상관이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7월11일 취재진을 만나 "이순신 장군을 반일 선동에 이용하는 건 견강부회이자 역사 오남용"이라며 "반일 선동도 맥락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학보다 오로지 정략적 계산과 증오만으로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으려는 민주당이 이순신 장군을 선동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후 국민의힘도 즉각 '맞불 백드롭' 저격에 나섰다. 지도부는 당시 회의실 백드롭에 '광우병/사드참외/오염수' '괴.담.정.치 이제 그만 멈추십시오'라는 문구를 넣었다. 앞서 민주당에서 정치현안으로 강조하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과거 광우병이나 사드참외 논란과 같은 괴담'으로 치부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이 다가오면서 백드롭을 앞세운 '메시지 전쟁'이 더 고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백드롭은 당내현안과 관련한 긍정적 의지를 국민들에게 메시지로 압축 전달하는 게 취지인데, 지금은 양당 모두 백드롭을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느낌"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신경전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백드롭 신경전이 결국 '정치가 비생산적인 극한 대결로 치닫는 현장의 모습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백드롭은 대부분 당내 단결 등 긍정적 메시지가 많았다. 반면 요즘은 상대를 저격하는 메시지밖에 안 보인다"며 "우리 정치는 갈수록 제로섬 게임 비슷한 진영 대결, 내전으로 번지고 있다. 상대방의 약점은 우리의 찬스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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