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들, 잇단 금리인하… “美보다 1년 앞선 통화긴축 효과”
우루과이와 칠레를 시작으로 남미 국가들이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나섰다. 남미 국가들은 지난 2년 동안 공격적으로 통화 긴축 정책을 펴 왔으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앞다퉈 선진국보다 일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그 어떤 나라보다 기준금리 인상에 적극적이었던 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까지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남미 국가들이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통화 긴축 정책을 편 것이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현재 13.7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낮췄다. 0.25%p 낮출 것이라던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브라질 중앙은행은 앞으로도 몇 달 동안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앞서 칠레 역시 기준금리를 낮췄다. 칠레는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1%p 낮췄다. 이 역시 0.75%p 인하할 것이라던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로써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 동안 11.25%로 유지됐던 기준금리는 10.25%로 낮아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칠레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지난 8월 역대 최고치인 14%에서 지난 7월 7.6%로 떨어진 영향이다. 우루과이는 이미 지난 4월 기준금리를 0.25% 인하한 데 이어 7월에 추가로 0.5%p 인하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10.75%로 떨어졌다.
남미는 2021년 초,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정부양책을 폈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치솟자,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 6월 말 기준, 브라질 기준금리가 13.75%, 칠레와 멕시코의 기준금리가 각각 11.25%였을 만큼 남미의 기준금리는 보통 1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남미 국가는 미국, 영국 등 여타 선진국과 다르게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선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좋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남미 지역의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이지만 꾸준하게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정책 선회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렇듯 남미 국가가 물가 잡기에 성공한 것을 두고 선진국보다 이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정책이 빛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은 2021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당시 2%로 역대 최저치였던 금리를 올렸다. 이와 비교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년 후인 2022년 3월에야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보다 늦은 지난해 7월에야 기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남미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눈에 띄게 둔화했다. 브라질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6월 기준 목표치(3.25%)보다 낮은 3.16%로 둔화했다. 칠레의 6월 인플레이션은 7.6%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14.1%)의 약 절반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클라우디오 이리고옌 세계 경제 책임자는 “역설적으로 남미 통화당국은 미국 연준만큼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인플레이션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저절로 오르고 내릴 것’이라고 말할 권리조차 없었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1년 늦었다”고 말했다. 뉴욕 씨티그룹의 에르네스토 레빌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더라도 남미 중앙은행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며 “칠레·브라질·멕시코·페루·콜롬비아의 통화 정책이 세계에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남미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주개발은행(IDB)의 에릭 파라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남미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대응은 전반적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이었지만,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엔 이르다”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의 하락세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는지 불확실성이 있기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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