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22초가 국가대표···소말리아 체육장관 “사과”
소말리아 대표 알리, 21초81로 꼴찌
경력 전무…육상연맹 회장 친척설도
안팎서 조롱·비판···정부, 진상조사
국제대회에 출전한 소말리아 육상선수가 일반인보다도 못한 실력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소말리아 체육장관이 직접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해당 선수가 소말리아 육상연맹 회장의 친척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랜 내전과 가난으로 정부가 사실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소말리아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소말리아 국가체육부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서 발생한 부적격 선수 참가 논란에 대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전날 여자 육상 100m 3조 예선에 출전한 나스라 아부카르 알리는 21초81로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여자 100m 예선에 출전한 50명 가운데 단연 꼴찌였다. 49위에 그친 감비아의 아이샤 패라지(13초64)보다 무려 8초17이나 느렸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의 경기 장면이 전 세계에 공유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마치 걷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평하는 등 조롱거리가 됐다.
특히 알리가 이 대회 전까지 국제무대에 서 본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말리아 안팎에선 거센 비판이 일었다. WP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서도 공식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BBC에 따르면 SNS엔 “무능한 소말리아 정부의 실체다” “이런 선수가 소말리아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는가?” 등의 글이 다수 게재됐다. 나아가 일각에선 알리가 카디자 아덴 다히르 소말리아 육상연맹 회장의 조카라는 소문까지 돌자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논란이 커지자 모하메드 바레 모하무드 소말리아 국가체육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소말리아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다히르 회장에게 직무 정지를 명령하고 관계자를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금기시하는 소말리아에서 알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잠잠 모하메드 파라는 여자 육상 400m 예선에서 1분20초48로 1위보다 약 30초 늦었다. 하지만 BBC는 “파라는 당시 소말리아 무장 세력으로부터 경기 내내 살해 위협을 받았었다”며 국제대회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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