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월북' 2주 넘었는데… 북한은 여전히 '침묵' 중

이창규 기자 2023. 8. 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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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엔사 통해 '확인 전화' 왔지만 실질적 협의 없었다"
'중·러 연대'에 일단 집중… 추후 '협상용'으로 남겨둘 듯
지난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무단 월북한 트래비스 킹 미군 이병. 2023.07.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판문점을 통해 월북한 사건이 발생한 지도 벌써 2주가 넘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주한유엔군사령부 채널을 통해 유엔사의 킹 이병 관련 질의에 '응답'하긴 했지만, 킹 이병의 신병 처리 문제 등에 관한 외교적 협의엔 여전히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킹 이병 월북과 관련해 "최근 48시간 내 비무장지대(DMZ) 내 유엔사로 전화가 걸려왔다"면서도 "실질적인 전화통화는 아니었고 '확인 전화'였다"고 밝혔다. 킹 이병 월북과 관련해 '유엔사의 연락을 받았다'는 정도의 답변만 있었단 얘기다.

미 정부 당국은 지난달 18일 킹 이병이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하던 과정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무단 월북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엔사 채널 등을 통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여전히 킹 이병의 현재 상황이나 향후 신병 처리 방향 등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 매체들도 킹 이병 월북에 관해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 입장에서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그 대응 방향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등의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킹 이병 월북 당일 서울에선 앞서 예고했던 대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열렸고, 같은 날 부산엔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가 입항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에 북한은 지난달 20일 강순남 국방상 명의 담화를 통해 미 SSBN의 부산 입항이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한다'며 한미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기도 했으나, 킹 이병 월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달 27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승절' 제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은 이후 지난달 27일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제70주년을 맞아 중국·러시아 대표단 참관 아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등 전통적 우방국인 중·러 양국과의 '연대'를 과시했다.

특히 북한은 열병식 당시 강 국방상의 연설을 통해 "만일 미합중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공식 명칭)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여직 상상해보지 못한, 직면해보지 못한 위기를 당해야 할 것"이라며 재차 한미 양국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현장에 있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따로 연설하지 않았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전승절 열병식 등 행사에 중·러 양국 대표단을 초청한 사실을 들어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중단되다시피 했던 이들 나라와의 교역을 정상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달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에 따라 같은 달 14일 긴급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땐 김성 유엔주재 대사를 보내 자신들의 ICBM 발사는 "주권국의 자위권 행사"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자가 안보리 회의에 직접 참석한 건 2017년 12월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었다.

안보리는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5년 만에 재개한 작년부터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수차례 소집했지만, 매번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최중요 우방국인 중·러 양국의 반대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한미 등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논의에 맞서 중·러와의 연대를 재차 다지는 현 시점에서 킹 이병 월북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 자체를 '꺼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킹 이병 신병 처리를 추후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유엔사를 통해 전화했다는 건 일단 월북 병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는 뜻으로 보인다"면서도 "과거 북한이 억류했던 미국인들 사례를 봤을 때, 이 사건을 질질 끌면서 미국과의 대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탐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 중·러 대표단을 이번 열병식에 초청한 사실에 주목, "북한이 지금 당장은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조건만 맞으면 미국과도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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