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의 K팝 또 통했다…‘뉴진스 창조주’ 민희진의 역작은
SM-하이브 관통하는 비주얼 디렉터…최근엔 BTS 뷔 솔로 앨범 총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최근 방탄소년단(BTS) 뷔가 솔로 출격을 예고했다. 뷔의 솔로 앨범 제작은 걸그룹 뉴진스를 발굴하고 데뷔시킨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총괄한다. 세계적인 K팝 스타 뷔와 민 대표의 협업이 예고되면서 민 대표가 그동안 K팝 업계에서 진행해온 혁신적인 브랜딩에도 관심이 모인다. 3일 뉴진스가 데뷔 1년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200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민 대표의 프로듀싱 역량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K팝 부흥기부터 비주얼 디렉팅 도입하며 주목
'뉴진스 창조주'가 되기 전부터 민 대표는 K팝 산업에서 여러 콘셉트를 창시한 '선구자'로 불렸다.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앨범 표지나 아트필름 등에 싣는 비주얼 디렉팅 작업도 엔터업계에 정착시켰다. 2002년 SM에 공채로 입사해 15년 만에 등기이사까지 오른 커리어로도 유명하다.
민 대표는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엑소, 샤이니 등 SM 소속 톱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총괄하면서 실험적 콘셉트를 주도했다. '걸그룹의 정석'이라 불리는 소녀시대가 데뷔하기 전부터 앨범의 비주얼과 그룹의 방향성에 대해 당시 이수만 SM 대표에게 브리핑을 했고, 디자인과 의상에도 개입하면서 그룹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에 컬러 스키니진을 유행시킨 소녀시대의 노래 《Gee》의 콘셉트, 대중적으로 히트한 노래인 《소원을 말해봐》의 제복 콘셉트 역시 민 대표의 작품이다.
기존 걸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걸그룹 f(x)와 정규 2집의 《핑크 테이프》 뮤직비디오도 그의 역작으로 꼽힌다. 영화를 전공하는 동생과 작업한 《핑크 테이프》 뮤직비디오의 실제작비는 500만원으로 알려졌다. 독특한 콘셉트와 감각적인 연출, 멤버 크리스탈의 내레이션 등 다양한 장치들이 맞물려 현재까지 회자되는 작품으로, 이때부터 엔터업계에서 아트필름 형태의 뮤직비디오나 티저 영상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후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SM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로미오》로는 샤이니의 트렌디한 콘셉트를 보여줬고, 《으르렁》을 부른 엑소에겐 '청춘의 미성숙한 시절'을 보여주고 싶다며 교복을 입혔다. 민 대표가 디렉팅한 레드벨벳은 f(x)와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융화시킨 이미지로 초반에 주목을 받았고, 동화를 모티브로 한 콘셉트나 섬뜩한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레드벨벳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당시 'SM은 민희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로, 민 대표는 SM 음악 산업의 비주얼 분야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어도어 설립 후 뉴진스 탄생…빌보드200 1위 등 기록
SM을 떠난 민 대표가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것은 2019년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스카우트를 통해 그는 하이브에 최고브랜드경영자(CBO·Chief Brand Officer)로 합류했다. 당시 레이블 확장과 사업 영역별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던 하이브의 전반적인 브랜딩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레이블의 디렉팅 뿐 아니라 신규 레이블을 설립해 신인을 발굴하고 음악 제작까지 진행하는 것이 민 대표의 역할이었다.
당시 방 의장은 "(민 CBO는) K팝에 비주얼 디렉터와 기획자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리더"라며 "콘텐츠와 팬이 집중하는 당사에 업계를 리드하는 능력자가 합류하게 된 것을 너무나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선도적 비전을 갖고 있는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K팝에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도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렇게 2021년 11월 설립된 레이블이 '어도어'다. 하이브가 그동안 쏘스뮤직이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 경쟁력 있는 레이블을 인수하며 아티스트 IP 확장을 해왔던 것과 달리, 멀티 레이블 체제 하에서 독자적 레이블을 설립한 첫 사례였다. 여기서 뉴진스가 탄생했다. 데뷔 전부터 '민희진 걸그룹'으로 회자되며 기대감을 모아 온 뉴진스는 2019년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당초 하이브와 쏘스뮤직의 합작 걸그룹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이후 어도어의 걸그룹 프로젝트가 되면서 민 대표가 발탁, 트레이닝, 콘셉트 설정, 데뷔까지 모든 과정 전반을 이끌었다.
뉴진스 역시 새로웠다. 티저 영상 등 공식적으로 통용되던 K팝의 기획 패턴을 어기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그룹 이름이나 멤버에 대한 소개도 없이 타이틀 곡의 뮤직비디오를 첫 번째 콘텐츠로 공개하는 방식도 이례적이었고, 음반의 모든 곡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젊은 세대들을 겨냥하는 방식도 색달랐지만 통했다. 뉴진스는 '매일 입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Jean·청바지)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이름을 입증하듯 한국과 글로벌에서 모두 기록을 세우며 K팝의 아이콘이 됐다. 데뷔 1년 만에 미니 2집 '겟 업'으로 빌보드200 정상에 올랐고, 핫100에 트리플 타이틀곡인 《슈퍼 샤이》 《ETA》 《쿨 위드 유》를 모두 올려놨다.
그가 K팝 브랜딩 전문가이자 탁월한 프로듀서로서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 개념을 재창조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민 대표는 지난해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을 미친 여성'에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 등과 함께 선정됐다. 지난 2월 빌보드가 한 해 동안 음악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여성 아티스트나 프로듀서, 경영진을 선정하는 '2023 빌보드 우먼 인 뮤직'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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