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호남 찾고 노인 지원…민주당 넘어졌을 때 속도 낸다?

구민주 기자 2023. 8. 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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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전북도 예산 요청에 “다 주라” 지시…與 지도부도 호남 구애
당정, 전국 경로당에 10만원 지원…민주 ‘노인 비하’ 대비효과 노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정부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자중지란을 틈타 대비효과를 누리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이 정체돼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연이어 호남을 찾아 구애에 나서고 있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이 불거진 틈을 노려 3일 당정은 전국 경로당에 냉방비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기수단 입장을 바라보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제가 지지율 때문에 그러겠습니까?" 與 "호남 볼매"

전날 윤 대통령은 전라북도 지역 기업인들과 만찬을 가지며 호남 발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 기업인이 '전북 지역 지지율이 낮은데도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제가 지지율 때문에 그러겠습니까"하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단순히 지지율 좀 높여보려고 지역 발전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면서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김관영 전북지사가 요청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예산도 전액 반영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기획재정부 심의 등을 거친 후 일정 액수를 삭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윤 대통령이 "한 푼도 깎지 말고 다 해주도록 하라"고 특별히 당부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최근 연달아 호남을 찾아 구애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지도부는 지난달 25일 현역 의원, 당원 등 1000여 명을 이끌고 전북 익산을 찾아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로부터 이틀 후 다시 전북 군산으로 향해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새만금을 비롯한 호남 지역 예산·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 지역구보다 많이 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만큼 호남지역에 대한 행보를 많이 해왔다"고 강조하며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로 인정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조만간 대표발의해 민주당과 함께 올해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여당에선 최근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만큼, 총선 전 호남 민심을 끌어올 적기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 서울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6월26일부터 27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호남에서 물갈이 여론은 58.5%로 전국에서 제주 다음으로 높게 집계됐다. 정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들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민주당 혁신=현대판 고려장' 내건 날 '노인 지원'

국민의힘과 정부는 3일 폭염 취약 계층인 어르신들에 대한 대책으로 전국 경로당에 냉방비 10만원씩 특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한 직후에 발표한 것으로, 대비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장 배경을 '민주당의 혁신=현대판 고려장'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민·강대식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한 경로당을 찾아 "올 여름 유난히 덥다. 전국 경로당 6만8000여개에 전기료, 냉방비를 마음대로 쓰고 필요한 폭염 대책에 쓰시라고 10만원씩 지원을 특별히 하기로 정부와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지역 어르신·대한노인회·종로 노인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또 경로당 예산을 계속 잘 챙기고 있지만 많이 부족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어르신들을 비롯해 이 사회 복지 분야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통령께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는 돈을 아끼지 말라고 예산 편성 지침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은경 위원장을 향해 "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노인 폄훼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원로까지 나서서 질타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비판을 이어갔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이 여론이 악화하자 나흘이 지나서야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며 "나흘이 지나서야 고작 몇 줄짜리 사과문을 읽어 내려간 자리보전용 사과에 누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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