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주지훈, 끝없는 열정과 즐거움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3. 8. 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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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 주지훈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18년 차 배우 주지훈이 열연한 능청스러움과 카체이싱은 '비공식작전'의 맛을 더했다. 연기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주지훈의 내공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제작 와인드업필름)은 중동과 외교관 민준(하정우)이 레바논에서 납치된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현지 한국인 택시 운전사 판수(주지훈)와 공조하는 버디 액션물이다.

주지훈은 극 중 택시 운전사 판수 역을 맡았다. 사기꾼 기질이 다분하지만 민준을 도와 납치된 외교관 구출 작전에 뛰어드는 인물이다.

판수로 분한 주지훈은 화려한 의상, 능청스러운 매력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돈 욕심과 생존력이 강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고 밉지 않은 판수를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이에 주지훈은 "판수는 월남전을 다녀오고 한국에서 여러 일을 겪고 레바논으로 흘러왔다는 배경이 있다. 생존력이 강한 만큼 모든 것에 진심인 친구, 일을 열심히 하는 택시기사다. 호객행위로 손님 눈에 띄어야 해서 화려한 외관을 선택했을 거다. 또 체구적으로 꿀리지 않으려는 면에 있을 것 같아 몸도 불렸다"고 말했다.

특히 미워할 수 없는 판수의 능청스러움은 주지훈의 고민으로 탄생했다. 그는 "대본 안에 어느 정도 답이 있었다. 판수가 못되게 보이지 않으려면 판수가 했던 행동들이 너무 나쁜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름의 이유를 찾아야 했다"며 "판수가 민준의 돈을 훔친 게 너무 나쁜 짓이 아니라는 건 나중에 반성하고 돌려주는 장면으로 설명된다. 이를 어떻게 관객에게 잘 전달할지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비공식작전 주지훈 / 사진=쇼박스 제공


주지훈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도전한 카체이싱은 '비공식작전'의 명장면이다. 때론 계단으로 내달리고, 비좁은 골목을 아슬하게 통과하거나 총격을 피해 비포장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은 호평 받았다. 이에 주지훈은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김성훈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의 집요함과 영화에 대한 애정 덕분에 카체이싱이 빛을 발했다는 주지훈은 "연출력의 힘이다. 3개월에 걸쳐 3개의 도시에서 15회 차 이상 촬영했다. 완성본을 보고 쫓는 자의 심정과 쫓기는 자의 심정, 그 속에서 카체이싱이 주는 장르적 쾌감을 느꼈다. 집착과 영화에 대한 애착들이 켜켜이 쌓여 나온 멋진 장면"이라고 뿌듯해했다.

이어 "감독님에게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그런 것들을 개인적으로 많이 물어봤다. 우리는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곳에 들어가지 않나. 사실 저는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인간관계든 현장에서 허들이 있을 때 그냥 놀 때도 있다. 하지만 감독님이 일에 대해 자기가 사랑하는 그 이상으로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선망의 대상이다"라고 전했다.


판수는 민준과 함께 있을 때 인간적인 유쾌함이 배가됐다. 민준 역을 맡은 하정우와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주지훈이다. 5년 만에 작품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실제 '찐친' 케미스트리로 영화의 말맛을 더했다.

주지훈은 하정우에 대해 "개인적으로 자주 만나서 새롭다는 느낌은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신과 함께'도 이번에도 그렇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나오거나, 연기가 아니더라도 상황에 대한 대처 등에서 놀라울 때가 많다"고 얘기했다.

이어 "장르성이라는 게 있다. '신과 함께' 시리즈와 '비공식작전'은 장르성 자체가 너무 다르다. 아무 생각 없이 '신과 함께'에서 했던 연기를 그대로 해도 배경이 다르고, 연출가의 시선이 아예 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김성훈 감독의 시각과 저의 시각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주지훈은 '비공식작전'을 통해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 그는 "'비공식작전'은 국가와 국가 간의 이야기다.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납치가 됐고, 그 시대 상황에서 허들을 넘으려다 보니 정치적인 시대상이 들어있다. 판수가 민준의 돈을 중간에 훔친다. 판수에 입장에선 돈인데, 관객 입장에선 상징성이 있다. 굉장히 큰 이야기가 아닌가. '비공식작전'은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하단 생각을 했다. 앞으로의 연기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열정, 작품에 대한 깊은 생각을 전한 주지훈이다. 감독과 함께 캐릭터를 분석하고,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는 과정이 재밌다며 눈을 빛내기도 했다. 한자리에 앉아 1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그저 즐겁단다.

주지훈은 "운 좋게 모델일을 했었다. 너무 사랑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하다가 연기라는 것을 시작하게 됐는데 저한테는 너무 무서웠다. 시대 분위기라는 게 있었고, 연기 전공도 아니라 영화, 드라마를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자랐다. 무조건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미친 듯이 봤다. 그러다 보니 맛을 알게 됐고, 영화라는 장르와 매체가 재밌어졌다"고 얘기했다.

연기의 맛을 느끼며 어느덧 데뷔 18년 차 배우의 내공을 쌓고 있다. 주지훈은 "화면을 보면 어릴 때 형들한테 보던 얼굴이 이제 나한테서 보이는구나 싶다"며 "오히려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져 좋다. 작품이 쌓이고 대본을 해석하고 감독과 상대배우의 말을 점점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즐겁고 좋다"고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끝으로 주지훈은 '비공식작전'에 대해 "버디 무비인데 감독님이 액션 시퀀스와 잘 녹여냈다는 것이 저희 영화의 강점이다. 1987년이 배경이라 옛날 작품 같지만 촬영 비법, 연기가 올드하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 아닐까. 전 영화를 보고 '깔깔' 웃다가 나왔다. 관객들도 '깔깔'거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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