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전형에 과외비 수백만 원…공교육 빈틈 파고든 '논술 사교육' [사교육 심층진단 6편]
[EBS 뉴스12]
대학 입시가 복잡해지면서, 사교육의 영역은 더 확장됐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논술입니다.
학교 수업으로는 도저히 대비할 수 없는 문제들이 대거 출제되면서,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연속보도, 배아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 학부모는 올해 수시모집 기회 6번을 모두 논술 전형에 쓰기로 했습니다.
부족한 교과 성적을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원 상담을 해보곤 깜짝 놀랐습니다.
대학별로 수업이 각각 열리기 때문에, 원서 6번을 쓰려면 6개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진희(가명) / 고3 학부모
"논술은 학교를 정해서 준비를 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많이 비싸고 이제 입시가 임박해 있을 때 준비를 많이 해 주시기 때문에 개인 과외는 한 달에 2-300 되는 데도 있고 간절한 걸 이용하는 거죠."
올해 수시모집에서 논술 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수도권에서만 9천4백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340명이 늘었습니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 15곳은 논술 전형으로 수시모집 정원의 18.2%를 뽑습니다.
문제는 논술 시험의 유형과 채점 기준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겁니다.
학원들도 이런 상황을 이용해 불안감을 부추깁니다.
인터뷰: 유명 'A' 논술 학원 관계자
"제가 여기 논술 학원에서 여기서 12년을 있었거든요. 여기, 여기, 여기 같은 경우에는 학원을 안 다니고서는 붙는 학생을 본 적이 없어요. 이게 학교들마다 약간씩 다 전략을 잡고 가셔야 되는 부분이라서…."
난이도도 교과과정을 넘어서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 사립대학이 지난해 출제한 자연계 논술 시험.
집합의 길이 등 대학에서 배우는 측도와 정수론의 개념이 적용된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한 교육시민단체의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 15곳이 출제한 논술과 구술고사 수학 문제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비율은 35.7%로 전년의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현직 교사 17명과 교육과정 전문가 2명이 심층 분석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김성하(가명) 고등학교 3학년 / 서울 강남구
"학교에서는 사실 논술 수업을 해 주지 않으니까. 대학교 논술은 일단 좀 어렵잖아요. 기본적으로 학교 내신 시험보다 훨씬. 학교에서 수업하기에는 살짝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나…."
그런데도 학생들이 논술을 포기 못하는 건 내신과 비교과 반영률이 낮아, 학생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쟁률이 수십 대 1은 기본이고, 의학 계열 등 인기 학과는 수백 대 1에 이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출제 당국의 입장이 아니라 수험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과정 내 출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하반기 예정된 수시 논술과 관련해서도 위법 사항을 폭넓게 조사할 방침입니다.
EBS뉴스 배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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