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은 증권"... 한 달도 안 돼 상반된 판결 나와

"SEC의 제소 취소해 달라"
美 법원, 권도형 요청 기각
가상자산 증권성 논란 지속

가상자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법원이 "가상자산은 증권"이라고 판단했다.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앞선 판결을 약 보름 만에 뒤집은 것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드 레이코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판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대표를 상대로 낸 소송을 계속 진행하도록 허용했다. 권 대표는 SEC가 무기명 증권 제공 및 판매 혐의로 자신을 제소하자, "테라는 증권이 아니다"며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나온 '리플(XRP) 소송' 결과를 전면 부정해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달 13일 아날리사 토레스 뉴욕지방법원 판사는 "발행사 리플랩스가 기관에 판매한 XRP는 증권,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된 XRP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기관은 '타인(리플랩스)의 노력에 의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거래소 이용자는 리플랩스와 연결고리가 느슨하다는 이유였다.

레이코프 판사는 그러나 "최근 유사 사건에서 채택된, 판매 방식에 따라 증권성을 구분하는 접근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테라가 증권이라는 SEC 주장은 개인, 기관 상관없이 모든 유형의 투자자에게 적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2차 시장(가상자산거래소 등) 구매자에게도 테라폼랩스가 자본을 출자해 이익 창출에 사용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로 인해 "가상자산 규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논평했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테라·루나 재판 결과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국내엔 가상자산 증권성에 관한 판례가 많지 않아, 미국 사건이 참고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우리 검찰은 테라를 증권으로 보고 신현성 테라폼랩스 창업자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판결이 알려진 이후 비트코인은 약세를 보였으나 그 폭이 크지는 않다. 이날 오후 1시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1% 하락한 2만9,000달러대다.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3,800만 원대로 소폭 상승했다. SEC가 선물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변동폭을 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