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곧 학교 갈 아이들 걱정부터 해주세요” 철근누락 아파트 입주자 발 ‘동동’ [부동산360]
철근 누락 소식에 달려온 취재진에 일제히 경계심
“자녀들 2학기부터 학교 가야 하는데 이것부터 걱정해달라”
“지하주차장 말고 단지 전체 벽식구조도 안전 점검해달라”
[헤럴드경제=이준태·서영상 기자] “알았으면 들어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서울 강남구 디아크리온 입주민 A씨)
“제발 그만 와 주시면 안 되나요? 아이들이 2학기부터 학교에 가야 하는데 ‘순살 아파트’ 산다고 놀림 받으면 어떡할까요. 아이들 걱정부터 해주세요.”(서울 강남구 디아크리온 입주민 B씨)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발표하자 해당 아파트단지 입주민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단지들은 모두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단지다.
지난 2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자곡동 디아크리온 강남(수서 역세권 A3블록)에선 폭염 속에도 입주민을 맞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들의 잔디 깎는 소리와 무더위에 지친 작업자들이 풀밭에 앉아 삼삼오오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이 아파트단지는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가 완료되면 597가구가 살게 된다. 이날도 새롭게 입주할 주민의 이사행렬이 계속됐다. 단지 내엔 가전업체 차량과 이삿짐 차량들이 줄을 이뤘다. 집들이로 찾은 입주민의 가족도 보였다.
하지만 새 집을 찾은 이들이지만 오가는 입주민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아 보였다. 아파트단지가 조명되지 않았으면 하는 의사가 분명했다. 단지 내를 오가는 주민에게 ‘기자’라고 밝히는 말 한 마디에 대부분 거부 의사를 보이며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입주민 C씨는 “아파트단지 안에 들어오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 아파트 관계자 D씨도 “안전을 위해 입주민의 의견을 밝히고 공론화하면 좋겠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있고 자녀들도 걱정되다 보니 언론 노출을 꺼릴 것”이라고 전했다.
디아크리온 강남은 이번 철근 누락 단지에 포함됐다. 다만, 발주처인 LH가 기둥 5개에 대한 보강공사를 완료했고 공사 완료 후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다고 입주민들에게 공지했다.
입주민 B씨는 “LH 측에선 이미 보강 공사가 끝나고 완료가 돼서 안전하다고 확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LH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하겠구나, 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입주하고 얼마 안 돼 국토부나 LH에서 이런 식으로 발표해 버리니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처음 듣는 소식이라는 이들도 있었다. A씨는 “LH가 발주한 철근 누락 아파트가 많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곳도 문제가 된 아파트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새롭게 입주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 F씨는 “우리 동네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면서도 “지난 2014년 서울주택공사(SH)에서 준공한 아파트에 입주해 우리 아파트는 논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앞으로 신축 아파트에 못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찾은 경기 남양주 별내 퍼스트포레(별내 A25)에서 만난 입주민도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아파트 주민 G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곧 입장을 발표할 것이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아파트 관계자 H씨는 “철근 누락에 대한 입주민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면서 “더욱이 해당 소식을 듣고 찾아온 취재진에 대한 경계심이 늘어갔다. 관리실로 철근 누락 우려 민원이나 취재진이 그만 찾아오게 해달라는 요청 등을 경찰에도 신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아파트단지 외에도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단지들의 입주민도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모 행복주택 단지에 산다고 밝힌 이는 단지 내 커뮤니티에 “무량판 구조는 지하주차장에만 해당한다고 하지만 무량판 구조에서만 철근을 빼 먹었을까”라며 “단지 전체 벽식구조도 같이 안전 검사해 철근이 안 빠지고 잘 시공됐다는 걸 증명해줘야 주민 불안이 해소될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의 중심지였던 검단신도시의 한 입주 예정자는 “저렇게 빼돌리고 집값만 오르고 부실 시공까지 이어진 잘못된 관행들이 이제는 줄어들었으면 한다”며 “저 부분만이라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입주 예정자는 “무너지고 안 무너진 것의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우리도 무너지지 않았으면 재시공이 이뤄졌겠냐”고 토로했다.
Lets_win@heraldcorp.com
sa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굿즈’, 이르면 올 추석부터 용산어린이정원서 판매한다
- “몸짱 되려다 ‘불임’된다고?” 근육 키우려고…스테로이드 먹다 큰일난다
- 48세 명세빈 동안 비결 공개…"보톡스 옅은 농도로"
- “뉴진스도 쓴다니까…” 찜통 더위에도 70만원짜리 ‘귀마개’ 삽니다?
- “손주 보러온 어머니 사우나 이용금지” 강남아파트는 왜 커뮤니티 이용을 막았나 [부동산360]
- 열애설 난 블랙핑크 지수 ‘괴물’ 홀란 만났더니…100만명 잭팟에 웃는 쿠팡플레이
- “잠실역 20명 죽일거다” “한국男 찌르러간다” 서현·한티·오리역 등 잇단 살인 예고
- BTS 정국, 美 빌보드 ‘핫 100’ 9위…싸이 이후 韓 솔로 최초 2주 연속 톱10
- [인터뷰]“범인 따라 들어가려다 칼부림 목격…119 신고” 서현역 목격자 증언
- ‘킹더랜드’ 조연들도 빛난다…고원희-김가은-안세하-김재원-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