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만년 전 지구 바다, 340t ‘거대 고래’가 헤엄치고 있었나
대왕고래보다 2배 무거운 해양 포유동물 추정
지구 생물 진화 역사 바꿀 계기될 가능성
3900만년 전 지구 바다에서는 몸무게가 무려 최대 340t에 이르는 거대한 고래가 헤엄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40t은 중형 승용차 약 200대에 달하는 중량이다.
생물학계에선 이렇게 크고 무거운 포유동물은 지구 역사로 볼 때 ‘비교적 최근’인 약 300만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지구 생물의 진화 역사를 바꿀 중요한 발견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 자연사박물관과 이탈리아 피사대 소속 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은 페루의 한 사막에서 최근 발견된 뼈 화석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고래의 신체 일부이며, 이 고래는 약 3900만년 전 바다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3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뼈 화석의 주인공이 된 고래에게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뼈 화석은 페루 해안에 있는 이카 사막에서 발견됐다. 척추뼈 13개, 갈비뼈 4개, 엉덩이뼈 1개였다.
뼈들의 크기와 위치를 고려해 연구진은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의 몸무게를 최대 340t으로 추산했다. 일반적인 중형 승용차 공차 중량의 약 200배에 이른다.
지금까지 생물학계는 지구상에 등장한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무거운 건 ‘대왕고래’라고 여겨왔다. 지구의 바닷속에 현존하는 대왕고래는 다 자라면 몸무게가 약 150t이다.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2배 이상 무겁다. 몸길이는 대왕고래의 경우 약 25m이지만, 페루세투스 콜로서스는 이보다 조금 작은 약 20m로 추정됐다.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초중량 포유동물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연구진이 뼈 화석을 확인해 봤더니 조직이 매우 치밀하고 단단했다. 뼈의 밀도가 높았다는 얘기다. 뼈 내부가 꽉 차 있기 때문에 같은 부피의 다른 포유동물에 비해 몸무게가 더 나갔다.
밀도 높은 뼈는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해양에서 헤엄을 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의 몸은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해우류, 즉 듀공이나 매너티와 유사한 형태였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런 통통한 몸은 바닷속을 잠수하는 데 불리하다. 먹이 섭취 등의 목적으로 바다 아래로 신속히 가라앉고 싶을 때 그럴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네이처에 “페루세투스 콜로서스가 자신의 뼈를 무겁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밀도가 높아 무거운 뼈를 인간 잠수사들이 착용하는 납 벨트처럼 사용해 바닷물 아래로 쉽게 가라앉았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번 페루세투스 콜로서스의 발견은 새로운 종류의 고래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뛰어넘는다. 생물학계에선 크고 무거운 몸을 가진 고래가 약 300만년 전부터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런데 이보다 3000만년 이상 앞서 초중량 고래들이 바닷속을 헤엄쳤을 가능성을 규명한 것이다. 이는 지구상 포유동물의 진화 역사를 바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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