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美신용등급 강등에 뿔난 월가…다이먼 “시장이 결정”
골드만삭스 “GDP대비 6% 재정적자 예상..새 정보 아냐”
피치 결정 무시…예상보다 잠잠한 美장기국채 금리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월가에서 잘못된 평가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부채 한도 이슈는 두 달 전에 이미 해결됐고, 미국 경제는 강한 긴축 속에서도 연착륙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1년 다른 신용평가사인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와 비교하면 ‘패닉’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등 피치의 여파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의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피치의 결정은) 정말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피치는 이미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몇가지 문제를 지적했을 뿐이다”며 “대출 금리를 비롯해 차입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신용평가사가 아닌 시장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여전히 지구 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국가이며 가장 안전한 국가”라며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는 캐나다 등의 국가신용등급이 미국보다 높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용등급 하향 근거가 된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서는 우려를 인정하며 “양당이 부채한도 협상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며 “부채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고 꼬집었다.
투자회사 찰스 슈왑도 미국 부채 우려가 있더라도 충분히 미 정부가 소화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찰스 슈왑은 “부채한도 문제가 이미 해결됐고 미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치의 발표 타이밍은 이상해 보인다”면서 “미 재정 적자 증가와 부채비율은 장기적 우려사항이지만, 미국은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 규모와 유동성을 고려할 때 미 국채를 대체할 것은 없다”며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정치분야 이코노미스트 앨릭 필립스도 “미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가량 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와 유사하다”며 “새로운 정보에 근거해 신용등급을 내린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월가는 특히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와 현재 경제상황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당시에는 실업률이 9%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실업률이 3.0%까지 낮아지면서 노동시장이 견조하고, 경제성장률도 시장 예상을 웃돈 2%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된 민간기업 고용은 강한 긴축에도 여전히 견조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스탠포드 디지털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7월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대비 32만4000명이 증가했다. 이는 6월(45만5000명)대비 감소했지만, 다우존스 예상치(17만5000명)에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강한 긴축에도 미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했다.
피치 결정 무시…예상보다 잠잠한 美국채
실제 이날 미 국채시장은 예상보다 잠잠하는 등 피치의 결정을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후 5시께 5bp(1bp=0.01%포인트)가량 오른 4.08%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월가는 특히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국채 매도(수익률 상승)보다는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늘린 여파가 미쳤다는 분석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주 진행 예정인 장기 국채 매각 입찰에서 지난 분기 평균 960억달러를 웃도는 1030억달러 규모의 장기채권을 발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인 브랜드와인의 포트폴리오매니저 트레이시 첸은 “신용등급 강등 시기가 이상하긴 하지만, 미국의 재정 상황은 우려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국채 차환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에 수익률이 일부 오른 상황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월가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행정부도 피치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날 버지니아주 맥클린의 국세청(IRS)을 방문한 자리에서 “피치의 평가는 결함이 있으며 오래된 데이터에 기반했기에 부당하다”며 “미국 국채가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이고 미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강력하다는 사실이 피치의 결정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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