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가 김혜수·염정아라면 '비공식작전'은 하정우·주지훈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벌어진 한국 외교관 납치사건. 죽은 줄 알았지만 그로부터 20개월이나 지난 후 외교관 민준(하정우)이 받은 수화기 저편으로 암호 메시지가 들려온다. 외교관이 살아있다는 것. 마침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사안을 공식화할 수 없는 정부는 외교부가 나서 '비공식적'으로 구출작전에 들어간다. 마침 중동과에서 벗어나 미국 발령의 꿈을 가진 민준이 이 작전에 자원하는데, 몸값만 전달하면 끝날 줄 알았던 작전은 돈을 노리는 공항경비대는 물론이고 갱단까지 개입하면서 복잡하게 꼬여간다.
김성훈 감독의 영화 <비공식작전>은 그 배경이나 서사 방식이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면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개봉한 <모가디슈>, <교섭>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무너져 내전에 가까운 대혼돈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탈출극이 그것이다. 우리네 액션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뭐든 척척 해결하는 대단한 슈퍼히어로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평범해 보이는 인물의 영웅담이라는 점도 그렇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게 단점이지만 <비공식작전>은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재미요소들을 균형 있게 갖춘 작품이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레바논으로 작전수행을 위해 홀로 겁 없이 뛰어든 외교관 민준(하정우)과 어딘가 사기꾼의 냄새가 풍기지만 정이 가는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주지훈)가 만들어가는 티키타카다.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살벌한 현장에서도 이들이 벌이는 액션과 브로맨스 밀당은 유쾌한 코미디의 정조를 만들어낸다.
그저 각자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작전을 치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납치됐던 외교관의 처참한 몰골을 마주한 후부터 민준과 판수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고, 외교관을 또다시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려는 갱단들의 추격 속에서 이들의 대결구도는 명확해진다. 그건 돈과 생명이라는 대결구도다. 오로지 돈에만 관심이 있는 저들의 공격 속에서 생명 하나를 끝까지 지켜내기 위한 사투는 그래서 처음에는 코미디의 웃음으로 시작해 액션으로 이어지다가 휴먼드라마의 감동을 만들어낸다.
후반부 갱단의 추격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건물에서 탈출하는 장면이나, 좁은 도로에서 펼쳐지는 차량 추격전은 압권이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액션 속에 적당한 유머까지 더해 넣는 김성훈 감독의 재치들이 반짝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요소는 민준과 판수가 이 생존의 탈주극을 함께 하며 점점 끈끈해져 가는 브로맨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역할을 각각 맡은 하정우와 주지훈의 연기 합은 이 작품에 따뜻한 정서를 부여해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올 여름 극장가의 한국영화 기대작은 이른바 빅4로 불린다.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그리고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 작품들이다. 가장 먼저 달리기 시작한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밀수>다. 지난주 먼저 개봉해 벌써 240만 관객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 늦게 개봉한 <비공식작전>과 <더 문>이 그 뒤를 따르고 있고 다음 주에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한다.
저마다 분명한 재미요소들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지만, 그 중에서 <밀수>와 <비공식작전>은 워맨스와 브로맨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김혜수, 염정아가 이끄는 워맨스라면, 김성훈 감독의 <비공식작전>은 하정우와 주지훈이 이끄는 브로맨스가 전면에 내세워지고 있어서다.
<비공식작전>은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를 대신해 비공식적으로 온 몸을 던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현실비판적 요소도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버디무비 형식과 코미디, 액션, 휴먼드라마 같은 장르적 재미들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철 130여분 동안의 시원한 즐거움을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하정우와 주지훈의 브로맨스가 주는 재미가 쏠쏠할 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비공식작전><밀수>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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