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아주 빠르게···이주형, ‘LG의 미래’에서 ‘키움의 현재’로
지난 29일 공개된 LG와 키움의 트레이드는 표면적으로는 미래와 현재의 맞바꿈이었다. LG는 야수 유망주 가운데서도 우선순위로 꼽는 이주형과 더불어 투수 김동규 그리고 내년 시즌 1라운드 지명권 등 미래 전력을 내주면서 확실한 현재 전력인 선발투수 최원태를 데려왔다.
그런데 키움 입장에서는 ‘현재’를 내주고 ‘미래’를 사 오는 거래를 한 것만은 아니다. LG에서 영입한 자원 가운데 가장 도드라지는 이름인 이주형은 이미 키움 1군의 ‘현재’가 되고 있다.
사실, 키움은 지난달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팀의 간판인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잔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해지면서 트레이드 진행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주형은 올시즌 뒤 미국행이 유력한 이정후의 대체 카드로 분류됐다.
키움이 이주형을 중용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이주형을 ‘포스트 이정후’ 자리에 넣고 기용하고 있다.
이주형은 이적 첫날인 지난 29일 고척 삼성전에서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뒤 30일 삼성전부터는 줄곧 중견수로 나오고 있다. 이정후가 지켰던 바로 그 자리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에 관해 “이주형은 발이 빠르다. 타구 판단도 괜찮아 보인다. 중견수로 쓰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주형이 호타준족에 수비력까지 뒷받침되는 경기 내용을 보인다면, 키움으로서는 이번 트레이드와 관련한 현재 전력 손실의 아쉬움을 빠르게 삭일 수도 있다.
지난 2일 잠실 LG전까지 이적 뒤 아직 몇 경기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키움 전체 타선에서 이주형의 몫은 이미 커져 있다. 이주형은 이적 후 4경기에서 타율은 0.333(15타수 5안타)에 2루타와 3루타 1개씩을 기록하고 있는데 안타를 생산하지 못한 타석에서도 타구의 질은 좋은 편이었다.
투수전으로 경기 중반을 지나던 지난 2일 LG전에서는 키움 타선에서 이주형만 보일 정도였다. 6번타자로 출전한 이주형은 0-0이던 5회초에는 LG 선발 이정용과 7구 싸움 끝에 포크볼을 찍어치듯 잡아당겨 우익선상 2루타를 때리며 무사 2루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0-0으로 스코어 변동 없던 7회에도 1사 1루에서 좌완 함덕주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안타로 찬스를 이어가기도 했다.
‘리그 1선발’ 안우진이 선발로 마운드를 지킨 경기였다. 이주형 후속 라인에서 한 번의 실속 있는 타격만 나왔다면, 경기 흐름은 달라질 수 있었다. 키움은 이주형이 움직임 두 차례 찬스를 모두 살리지 못한 뒤 7회말 4실점하며 바로 패색이 짙어졌다.
이주형의 가능성은, 이미 몇해 전부터 LG 관계자들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 구현될 수 있는 정도를 단정짓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에 관한 궁금증은 키움에서의 한두 시즌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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