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경험한 인간 본성의 끝

유은비 기자 2023. 8. 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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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유토피아를 꿈꾼 인간 본성의 끝. 유토피아를 꿈꾸는 철없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마주하게 된 디스토피아를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어느 날 대지진이 일어난 서울, 황궁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무너진다. 외부인들을 포함한 생존자들은 황궁 아파트로 몰리고, 위협을 느끼기 시작하는 입주민들은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선 채 아파트 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외부인을 모두 쫓아낸 후 지옥 같은 바깥세상과 달리 주민들은 '유토피아' 같은 황궁 아파트에서 평화롭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한다. 그러나 재난 상황이 계속될수록 자원은 부족해지고 내부에서도, 외부와도 점차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차별화된 장점은 압도적인 몰입감이다. 스토리와 전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까지 어느 것 하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없이 극강의 긴장감을 130분 내내 이어간다. 이야기에 갈등 소재가 없을 때도 극적인 연출과 OST 등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 강약 조절 없이 '강강강강'으로 혼을 빼놓는 전개가 이어진다. 잘 짜인 판에 브레이크 없이 펼쳐지는 가파른 전개와 몰아치는 열연. 체력 조절만 잘 한다면 영화 속 세상에서 130분이 '순삭'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모았던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했다. 웹툰에서는 외부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이상해진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내부의 인물들이 이기심 속에 변모해 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려낸다는 차이점이 있다.

인간의 이기심의 끝을 보일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 속 변모해 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려내야 하는 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했을 터. 이병헌과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등 '믿고 보는' 배우에 더해 김도윤, 박지후 등 신선한 마스크의 배우들까지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며 빠짐없는 열연을 펼친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또 이병헌 했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작품마다 압도적인 연기력인 연기력을 보여주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이병헌은 황궁 아파트 주민 대표 영탁으로 분해 대체 불가 열연을 펼친다. 의도치 않게 주민 대표로 선정된 영탁의 찌질미와 생활연기부터 권력의 맛을 알아가는 중후반부의 모습까지 영탁의 서사와 그가 느낀 극한의 감정을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말이 아닌 눈빛과 느낌까지 연기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배우임을 또 한 번 증명해 낸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이 묵직한 연기로 중심을 잡는다면, 박서준과 박보영은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모두가 살 방법"을 찾는 박보영, 현실에 점차 순응해 가는 박서준 부부의 대비와 그에 따른 세밀한 감정 묘사가 극의 주제와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짠 내 나는" 이들의 서사와 과하지 않은 적당한 깊이감의 연기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순항을 돕는다.

오지 않은 재난 상황을 배경으로 하기에 이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것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가장 큰 과제였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법한 일로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전한 엄태화 감독. 세트, CG, 의상, 분장 모든 방면에서 리얼리티를 강조한 엄태화 감독의 바람과 맞닿게 현실감 있는 배경과 스펙터클한 특수효과는 현장의 냄새와 분위기까지 전달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 제공| 롯데 엔터테인먼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문제점을 아프게 꼬집는다. 제목부터 영화가 시사하는 주제가 명확하고 선명하다. 아파트가 처음 지어진 1970~80년대로 시작한 이 영화는 아파트 왕국이 되어버린 한국의 과거를 보여준다. "선택받은" 황궁 아파트의 주민들이 느끼는 계급의식과 특권의식은 경비실에 에어컨을 놓지 못하게 하고 택배기사 엘리베이터 탑승을 반대하는 영화보다 더 현실감 떨어지는 현실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만든다.

현실감 넘치는 웰메이드 작품으로 강하게 마주한 추악한 인간 내면, 거북하고 답답한 감정이 느껴질 수는 있다. 어쩌면 이 감정들을 마주하는 것까지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감상하는 완전한 과정이 아닐까.

8월 9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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