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무고에… 36년 교직, 송두리째 무너졌다”

인지현 기자 2023. 8. 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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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의 교직 생활이 학부모 허위 민원과 무고성 신고에 6개월 만에 송두리째 날아갔습니다."

전남 도서 지역의 한 중·고교 교장 A(62) 씨는 지난해 11월 중학교 2학년 학생 학부모로부터 돌연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A 씨는 "상실감·좌절감으로 한때 자살 충동도 느껴 간호사인 딸이 서울서 내려와 나를 보살피고 있다"며 "학부모 거짓 신고로 교직을 불명예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 학교로의 복귀를 요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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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가 변해야 교실이 산다
아동학대 소송 무혐의 받은 교장
정년퇴임 앞두고 원직복귀 못해
교총, 교권침해 1만건 분석결과
“학부모에 의한 사례 72% 차지”

“36년간의 교직 생활이 학부모 허위 민원과 무고성 신고에 6개월 만에 송두리째 날아갔습니다.”

전남 도서 지역의 한 중·고교 교장 A(62) 씨는 지난해 11월 중학교 2학년 학생 학부모로부터 돌연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소송을 당했다. A 씨가 자녀에게 1년여 전 “교복이 예쁘다”며 성희롱 발언을 하고, 한 달 전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A 씨는 “학부모 진술을 뒷받침할 CCTV 증거조차 없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을 요구받았다는 점”이라며 “6개월간의 경찰·검찰 조사 후 불기소 결정이 나기까지 말 못할 고통을 겪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학부모 신고 직후 곧바로 A 씨의 직위를 해제했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3월 후임 교장을 발령 내 A 씨가 돌아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5월 불기소 결정이 난 후 두 달여가 지나서야 교장으로 직위가 복귀됐지만, 별다른 직급도, 업무도 없는 교육청 직속 기관으로 파견 발령돼 시간을 보내야 했다. A 씨는 “상실감·좌절감으로 한때 자살 충동도 느껴 간호사인 딸이 서울서 내려와 나를 보살피고 있다”며 “학부모 거짓 신고로 교직을 불명예 마무리하고 싶지 않아 학교로의 복귀를 요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교육현장에 쏟아지는 학부모들의 무리한 민원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마비시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3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5∼26일 교원 설문조사와 홈페이지 제보 등을 통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 1만1628건을 분석한 결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8344건)가 전체의 72%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학생에 의한 사례(28%·3284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교권 침해유형 1순위는 아동학대 신고 등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57.8%(6720건)에 달했다. 그 외 수업방해·폭언·폭행·성폭력 등 유형에도 학부모가 연루됐다. 이날 공개된 교육부의 지난달 3∼16일 전국 교원 인식 조사 결과에서는 2만2084명의 교사들 중 97.7%가 “아동학대 신고로 원활한 교육활동이 어렵다”고 답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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