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혁신’은 혹세무민[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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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1호'가 갖는 무게와 상징성은 지대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1당의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1호 혁신안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는 끝내 정체성이 모호한 반인반수와 같은 기형적인 결과를 낳았다.
당시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김은경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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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1호’가 갖는 무게와 상징성은 지대하다. ‘1호 국정과제’ ‘1호 선거공약’ 등이 그렇다. 1호만 봐도 지향점과 색깔이 나타난다. 어떤 정치 세력이든 총력을 다해 1호를 만들어 내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1당의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1호 혁신안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는 끝내 정체성이 모호한 반인반수와 같은 기형적인 결과를 낳았다. 겉으론 혁신을 표방하나 꼼수로 얼룩진 혹세무민 그 자체다.
문제의 근원은 지난달 1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생했다. 당시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김은경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한다.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 112명 가운데 110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한 데 이어,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의원 31명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여론에 떠밀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1호 혁신안을 채택한 것이다. 문제는 불체포특권 포기의 전제조건이다. ‘정당한 체포영장’일 때만 특권을 버리겠다고 단서를 달았는데, 객관성이 부족한 정성평가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매우 자의적이면서도 기묘한 논리를 탄생시킨 순간이다.
이번 결정에 정치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최근에 만난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정당한 체포영장은 결국 국민 여론이 제일 중요하다”며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할 때마다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 야권 인사도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는 결국 검찰 독재, 야당 탄압 프레임 안에 숨겠다는 것”이라며 “착한 코스프레에 갇힌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1호 혁신안’에서 기시감이 드는 건 왜일까.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표의 친위대인 ‘개혁의 딸’(개딸)을 중심으로 민주당 당직자가 기소될 경우 당직을 곧바로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제80조 개정 청원이 빗발쳤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앞둔 시점이었다. 그런데 이때도 천신만고 끝에 민주당 지도부는 나름의 절충안을 내세웠다. 바로 당직자가 기소 시 직무를 정지하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결정을 달리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방탄용 단서를 만들어 당헌을 개정했다. 실제로 그 수혜는 이후 기소된 이 대표에게 돌아갔다. ‘단서정치’에 의한 방탄의 끝을 보여준 우리 정치사의 흑역사로 기록되는 장면이다.
최근 한 민주당 의원은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고 했다. 실제로 진보와 정의를 앞세운 인사들의 면면은 그렇게 도덕적이지 않았다. 과거 보수 정권은 병역 기피, 탈세, 원정 출산 등으로 질타를 받았지만, 앞선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거짓말과 위선, 성 추문을 보탰다. ‘내로남불’이란 표현도 이때 성행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진정한 의미의 수권 정당을 꿈꾼다고 말한다. 그러나 양심의 통각이 사라진 정당이 권력을 잡으면 국가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1호 혁신안마저 ‘조건부 착한 코스프레’를 내세우는 정당이라면 수권은커녕 공당(公黨)의 지위마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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