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견딜 한시적 대책[포럼]

2023. 8. 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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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5.5%로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 3.5%와의 격차가 2%포인트로 확대되었다.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문제는 2% 한·미 금리역전을 버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것은 '한·미 금리역전-자금 유출-환율 폭등-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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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5.5%로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 3.5%와의 격차가 2%포인트로 확대되었다. 과거에도 2000년 5∼8월 1.5%포인트, 2006년 5∼6월 1%포인트, 2019년 7월 1%포인트 금리역전이 있긴 했지만 2%포인트 역전은 전에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다. 올해 하반기 중에 미국이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릴 형편이 되는데 한국은행은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기가 좋아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여유가 있지만, 한국은 경기가 어려운 데다 기업과 가계의 과도한 빚 부담 때문에 섣불리 금리를 올릴 형편이 되지 못한다.

문제는 2% 한·미 금리역전을 버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국내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다.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것은 ‘한·미 금리역전-자금 유출-환율 폭등-주가 폭락’으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원화 환율이나 금융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 선에서 대체로 안정되고 있다.

첫째 이유는,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1∼5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는 224억 달러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들어온 208억 달러보다 많다. 224억 달러 중 주식 투자는 93억 달러, 채권 투자는 131억 달러였다. 4·5월 두 달 동안 채권 투자만 154억 달러에 달했다. 외국인의 증권 투자가 지속하면 환율이나 금융시장의 불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 번째 이유는,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1∼5월 해외직접투자는 345억 달러가 넘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절반도 안 되는 155억 달러에 그쳤다. 덜 나간 만큼 달러 수요가 줄고 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 감소했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볼 때 2%의 금리역전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 기조가 계속되거나,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가 필요하다. 그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국내 달러 공급을 확대시키는 유인 정책과, 달러 수요를 억제시키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달러 공급을 확대시키는 정책으로는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가 늘어나도록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해외 자금을 보다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외환규제를 풀어 줄 필요가 있다.

국내의 달러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으로는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를 줄이거나, 내국인의 국외 증권 투자와 대외 대출을 억제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영구적으로 해외 투자를 억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금리역전 기간 한시적으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원화 환율만 안정이 되면 이 모든 것이 선순환적으로 작동하므로 2% 금리역전이 유지될 수 있겠지만, 환율 안정이 깨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일본의 경우, 5%가 넘는 금리역전에도 불구하고 환율이나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자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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