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추고 휴식 늘리고...산업계 “근로자 안전부터 지켜라”

2023. 8. 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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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긴장모드 속 대책 마련중
포스코 점심시간 연장, 건강상담
현대제철, 온열질환 예방 교육
조선소 조업중단 휴가기간 지정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2합동청사 확장 건설현장 쉼터에서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의 머리에 물을 뿌려주고 있다. [연합]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산업계도 ‘긴장 모드’다. 주요 기업들은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폭염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특히 야외에 작업장이 있는 기업은 휴식시간을 시간당 30분까지 늘리거나 일정 기간 조업을 아예 멈추는 등 근로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사무실 출근자를 대상으로도 반팔, 반바지 등 착용을 권장하며 체감온도 낮추기에 나섰다.

우선 1500℃가 넘는 쇳물을 다루는 포스코는 공장별로 에어컨이 가동되는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생수와 영양제, 식염포도당, 아이스팩 등을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특히 기상청 체감온도와 함께 제철소 공장별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현장 실측 체감온도’를 반영해 폭염 단계별 작업·휴식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안전버스’를 작업장 곳곳에 배치해 건강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6~8월을 혹서기 관리기간으로 지정했다. 고열 작업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온열질환 위험성 교육을 실시하고 고열 작업장소 출입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책을 실시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현장에 간이 그늘막 등 휴게공간을 마련했고 탈수 예방과 적정 체온 유지를 위한 각종 지원품을 지급하고 있다.

조선소들은 아예 문을 닫았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는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는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7월 말~8월 초를 집중 여름휴가 기간으로 정하고 조업을 멈췄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 조선사들은 여름휴가를 마친 이후에도 8월 말까지는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옥외 작업현장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스폿쿨러(대형 이동식 에어컨) 1200여대를 가동하는 것은 물론 에어쿨링 자켓과 땀수건, 얼린 생수 등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정오를 기준으로 기온이 28℃ 이상일 경우 점심 휴식시간을 30분, 31.5℃ 이상일 경우 1시간 연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휴식 시간 연장과 함께 조선소 곳곳에 제빙기와 냉정수기를 설치하고 각종 보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현장 직원의 건강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아이스조끼, 아이스팩 등 보냉장구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식염포도당·이온음료를 물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는 매시간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으며 근로자가 자주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음수대와 음용수를 비치했다.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 발령 시에는 밀폐공간 작업을 지양하도록 했고 작업 시간도 단축 운영하고 있다.

LG화학은 폭염주의보가 발령할 경우 계획 및 긴급작업만 실시하도록 제한하고 1시간 작업 시 10분씩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폭염경보로 격상될 때는 긴급작업만 실시하되 이마저도 취약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지양하도록 조치했다.

롯데케미칼도 폭염에 대비해 휴게실 사용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식염 포도당과 에어컨 등을 비치하며 근로자의 건강 관리과 안전사고 예방에 대비하고 있다.

전자업계도 낮 시간대 옥외 작업 최소화 방침을 세우고 실천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매월 협력사와 함께 안전보건협의체를 열어 현장 의견을 듣고 그늘막 설치, 휴대용 냉방용품 제공 등 필요사항을적극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출장서비스 엔지니어 등을 위해 식염포도당정을 상시 제공하는 등 임직원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옥외작업에 대한 안전수칙에 대해 수시로 안내하고 있다. 폭염경보가 발령하거나 체감온도가 35℃ 이상인 경우에는 30분 작업, 30분 휴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되는 작업은 전면 중단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온도에 따라 외부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35℃ 이상 넘어갈 경우 실외 작업을 중지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번주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휴가를 실시 중이다. 실내에서 조립 등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근로여건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냉방에 각별히 신경 쓰며 근로자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이러한 산업계의 움직임은 사법 리스크 완화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폭염에 의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된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례는 아직 없지만 법리상 해당되는 만큼 사고 발생 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사업주의 적극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배터리 업계에선 잇따른 폭염에 한여름 에어컨 가동이 많아지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ESS를 활용하면 전력난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SS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폭염 등 기상이변이 지속되면 ESS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김은희·김지헌·김지윤·한영대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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