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 파리 체류당시 사진, 수원시립미술관에 기증

정자연 기자 2023. 8. 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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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미 영화감독이 수원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사진 '나혜석-샬레의 집에서'. 뒷줄 왼쪽부터 샬레의 큰 딸(쟈클린), 샬레의 부인(잔느), 나혜석, 둘째 딸(엘렌), 샬레 앞줄 왼쪽부터 김우영, 미상, 서영해, 샬레의 아들(장)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이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시절 모습을 담은 사진이 수원시립미술관에 기증됐다. 

사진엔 프랑스에서 한국의 독립운동 활동을 하던 서영해와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인물 등이 함께 찍혀 나혜석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1일 한경미 영화감독이 나혜석의 프랑스 파리 체류 시기 사진 4점을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3일 밝혔다.

기증된 사진들은 나혜석이 1928년 파리 근교 르 베지네에 위치한 샬레의 집에서 3개월 가량 머물던 시기에 촬영됐다.

샬레의 집앞에서 찍힌 사진에는 샬레의 가족을 비롯해 나혜석, 나혜석의 남편 김우영, 독립운동가 서영해 등의 모습이 함께 담겼다.

펠리시앙 샬레는 프랑스 한국친우회를 통해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대표적 지식인이다. 나혜석은 당시 샬레의 집에서 머물며 비시에르가 지도하는 아카데미 랑송에서 수학했다. 

서영해는 외교 독립운동을 위해 18세에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파리 시내에 고려통신사를 설립한 인물이다. 세계 주요 언론사에 일제의 만행과 국제사회의 침묵을 고발하고, 일제 침탈 관련 역사소설을 간행해 당시의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의 기증자인 한경미 감독은 샬레의 유족을 직접 만나 설득해 나혜석의 사진을 수원시립미술관에 기증하게 됐다. 

한경미 영화감독이 수원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사진 '나혜석-샬레의 집에서'.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한 감독은 1989년부터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나혜석의 파리 체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는 2004년 한국에 출국했을 때 서점에서 우연히 이상경 교수의 ‘나혜석 전집’을 읽게 된다. 

전집엔 나혜석이 1927년 파리 체류 당시 자신이 묵었던 프랑스 가정을 소개하면서 파리 근교의 별장이 많기로 유명한 르베지네에 있는 샬레씨 집에서 몇 개월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샬레의 집을 수소문하던 한 감독은 샬레의 유족을 찾았다. 한 감독은 나혜석이 1927~1928년 파리에 머물렀으니, 사진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사진첩을 보자고 요청했고 때 마침 사진첩에서 나혜석을 발견했다. 

한 감독은 “80세가 넘은 외손녀가 돌아가시면 사진의 행방이 묘연해지겠다는 생각에 유족에게 기증을 요청했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가 갖는 것 보다 기증하는 게 좋겠다’라는 답을 줘 2019년 샬례의 외손녀 안느 마쥐레에게 사진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코로나19로 한국행이 불가능했던 한 감독은 사진을 보관하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에 사진을 기증했다.  한 감독이 기증을 요청하지 않았더라면 알려지지 않았을 나혜석의 사진이 전문 기관에 들어와 연구로 활용되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한 감독은 오랜 추적과 조사 끝에 직접 확인한 사실을 근거로 15분짜리 다큐 픽션 ‘파리에서의 나혜석’을 제작해 발표하기도 했다.

한 감독은 “나혜석이 샬례의 가족들과 함께 함께 사진을 찍은 것, 또 굉장한 독립운동가인 서영해와 함께 있는 사진인 만큼 희귀자료라 생각된다”면서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고 연구에 활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기증된 사진들은 나혜석의 프랑스 체류 시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며 “이번 나혜석 사진 기증을 통해 기성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나혜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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