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도경수 "선우의 용기를 닮길"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도경수가 돌아왔다. 129분의 긴 러닝타임을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끌고 간다. 자신의 캐릭터 황선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도경수다.
'더 문'(연출 김용화·제작 CJ ENM STUDIOS)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군 전역 이후 약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도경수는 "많이 들뜬다. 오랜만에 영화 개봉이기도 하고, 사전에 영화를 봤기 때문에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도 너무 궁금하다. 제가 영화를 봤을 때 선우한테 느꼈던 긍정적인 메시지를 관객분들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역 후 복귀작으로 '더 문'을 택한 도경수는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우리나라에서 우주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게 나온 적이 없어서 이런 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신기함이 제일 컸다"며 "어떻게 만들어질지도 궁금했고, 어떻게 촬영할지도 궁금했다. 당연히 김용화 감독님의 작품이니까 기쁜 마음이 먼저였다. 군대 안에 있을 때 시나리오를 받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시나리오상으로 본 SF장르를 쉽게 이해하긴 어려웠다. 특히 고립된 황선우 역을 연기하기 위해선 상대 배우 없이 홀로 모든 시간을 인내해야 했다.
이에 대해 도경수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주고받는 대사가 있으니까 아예 혼자 하겠다는 생각은 못했다"며 "근데 촬영할 땐 정말 혼자 했다. 선우의 극한에 치닿은 감정이 어렵고 부담도 됐지만,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도전이었고 그걸 해보자는 마음이 제일 컸다"고 회상했다.
동시에 촬영 전부터 우주복과 유영 장면을 연기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도경수는 "무중력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서 와이어를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감독님이 참고하라고 보내주신 다큐나 우주인들이 훈련하는 책을 봤다"며 "우주 용어는 외국어를 외우듯이 외웠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다. 우주복은 5~6㎏였는데 체감상 10㎏는 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많이 무겁고, 행동이 제한적이었다. 근데 제가 이런 걸 언제 입어보겠나. 한편으론 즐기는 마음도 있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고 나선 황선우의 고독함을 이해하고, 동화돼야 했다. 도경수는 "고립은 제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속이나 머리로 우주에 대한 공간을 그려봤다. 아무것도 없는 검은색 장소에 있는 저를 많이 상상했다"며 "근데 현장에서 정말 고립이었다. 실제 우주선 사이즈로 만들어주셨는데 그렇게 좁은 줄 몰랐다. 헬멧을 쓰니까 시야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도움이 됐다. 우주선 선체를 흔들어주시니까 몰입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다만 도경수는 "그래도 외로웠다.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면서 동료 배우분들의 눈을 보면서 연기해 왔는데 이번에 설경구, 김희애 선배를 뵌 적이 없다. 두 분과 같은 작품에서 만난다길래 정말 행복했는데"라며 "김희애 선배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제작발표회 때 처음 뵀다. 설경수 선배도 영화상에서 두 번 만났다. 그게 제일 아쉽다. 너무 아쉽다. 저도 사람의 눈을 쳐다보고 연기하고 싶었다. 대신 감독님이 그 외로움을 많이 달래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신과 함께' 시리즈로 김용화 감독과 인연을 맺은 도경수는 '더 문'도 함께하게 됐다. 이에 대해 도경수는 "일단 너무 행복하다. 진짜 행복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있는 편이다. 근데 김용화 감독님은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며 "감독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감독님은 저에게 어른이다. 항상 감독님께 겸손을 배우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한 사람을 좋아해 주실 수 있는지 너무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더 문' 속 황선우는 도경수와 의외의 싱크로율을 갖고 있다. 도경수는 "사실 저는 영화를 보고 알았는데, 선우와 제 생일이 똑같다. 제가 '더 문'을 찍을 때 28살이었는데 ('더 문' 속 시간적 배경인) 2029년에 선우가 28살인 03년생이다. 제가 촬영할 때와 나이가 같게 설정해 주셨더라"고 감탄했다.
또한 도경수는 "선우는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 끝까지 가려고 한다. 저도 그런 부분이 닮은 것 같다. 동시에 선우의 용기를 가장 크게 닮고 싶다. 어떻게 저렇게 혼자서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그룹 엑소로 연예계 첫 발을 내디딘 도경수는 어느덧 '배우'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게 됐다. 다만 엑소 디오에서 배우 도경수가 되기까지 혼란스러운 시간들도 존재했다.
도경수는 "제 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갔다. 해외 공연장이라는 건 아는데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고 비행기를 타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단한 것 같다"며 "그 경험이 저라는 사람의 밑거름이 됐다. 어떤 일들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그것보다 힘든 일이 없었다. 그 위에 어떤 것이 올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만한 일이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도경수는 "힘들진 않다. 여유가 생겼다. 지금은 세세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시기엔 놓치고 가는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나를 할 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경험치가 많이 달라졌다. 감정의 폭도,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쌓였다. 평생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활동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아울러 도경수는 "'더 문'을 통해 제가 선우에게 느낀대로 위로와 희망, 공감을 받으실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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