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전폭 지원’ 약속했지만…혹평 쏟아진 새만금 잼버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결론? 이건 혐한제조 축제다."
역대급 폭염 속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열악한 시설과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참가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이번 잼버리 대회에 지도자 자격으로 참가한 한 네티즌이 작성한 '분노의 경험담'이 공유됐다.
참가자 A씨는 화장실을 비롯한 전반적인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전기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40명 정도씩 한 유닛으로 뭉쳐 10일 넘는 기간동안 생활해야 하는데 유닛별 캠프에 전기도 안 들어온다"며 "지도자분들이 가져온 전등 쓰다가 그것도 나가서 엄청 어둡다"고 전하면서 캄캄한 상태의 야영지 현장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조차 없다. 어떻게 버티라는건지 모르겠다"며 "몇십개 유닛이 모인 하나의 서브캠프에 마련된 충전소에서 핸드폰 충전을 하는데 일종의 금고 같은 것이다. 안에 핸드폰이 있는데 아무 말 없이 잠궈 버리는 일도 있었다"고 성토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문제도 언급했다. A씨는 "화장실도 엄청 멀어서 내가 있는 캠프 기준 5분 정도 걸어야 한다"며 "화장실 수는 적고 사람 수는 많아서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막히거나 물이 안나오기도 한다. 샤워실도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행사 전부터 우려가 컸던 야영장 지반 문제도 짚었다. 갯벌을 막아 만든 간척지인 새만금에 설치된 야영장 부지는 최근 집중호우와 소나기까지 겹치며 곳곳이 배수가 제대로 안돼 물웅덩이가 생긴 상태다.
주최 측은 야영장 땅 위에 바로 텐트를 칠 수 없게 되자 일명 '파레트'로 불리는 받침대를 배포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주최 측에서는 파레트랑 텐트를 케이블타이로 고정하면 된다고 하는데 100퍼(센트) 장담한다. 비 오면 파레트째 흘러내릴게 뻔하다"고 일갈했다.
새만금 지역 특성상 모기나 벌레가 많은 데다 물웅덩이까지 패이면서 이로 인한 고충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곰팡이 계란' 지급 등으로 질타가 이어지는 가운데 A씨 역시 "밥도 부실하다"며 식사와 음식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참가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IST(International Service Team) 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IST는 돈을 내고 참가하지만 사실상 진행요원인데 행사 이름값 하나만으로 오히려 돈을 뜯어내는 쪽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IST 대우도 엉망이라며 "(IST 참가자들이) 밥을 먹으려면 전용식당을 이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그 식당이 단 한 개 뿐이라서 어디에 있든 IST는 무조건 그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사람도 있고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사람도 있는데 난 후자"라며 폭염 속 끼니 해결을 위해 수 십분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열악한 시설·날씨 속 온열질환자 속출에 우려 커져
국내 참가자들이 SNS 등을 통해 잼버리 운영 실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나라 망신"이라는 탄식도 쏟아진다. 한 참가자는 "대통령이 전폭 지원하겠다던 글로벌 행사가 이런 참담한 수준인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스카우트 명예총재로 추대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새만금 잼버리대회에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시설비와 운영비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 공식 SNS에도 주최 측의 준비 부족과 무리한 행사 강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항의성 글이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행사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세계잼버리 개영식에서는 현장에 있던 83명이 온열질환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5명은 발목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급기야 소방당국은 오후 10시54분께 조직위에 행사 중단을 요청했다. 조직위는 이후로도 행사를 계속 진행하다가 밤 11시20분이 돼서야 부대행사를 종료했다.
앞서 조직위는 지난 1일까지 야영장 내에서 400명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환자 속출에 안전 우려가 더해지고 있지만 조직위는 모두 '경증' 환자라며 폭염 대비책을 강화해 행사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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