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해에 문화재도 시름” 경기도 문화재 보수 현장
“비 피해를 입어 여기저기 훼손된 문화재를 번듯하게 보수해 놓으면 정말 뿌듯합니다.”
지난 1일 오전 9시께 찾은 용인시 수지구 소재 국가사적 530호 ‘심곡서원’. 지난 달 내린 집중호우로 서원을 빙 둘러싸고 있는 배수로가 흙과 돌이 뒤엉킨 채 엉망이었다. 비가 내려 흙이 질퍽해지면서 배수로의 경계를 이루고 있던 연석이 흙과 함께 배수로 중앙으로 떠밀려 나왔고, 담장은 곳곳에 바른 황토가 유실돼 연석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날 풍수해 문화재를 보수하기 위해 현장에 온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경기문화재돌봄센터’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보수 준비를 시작했다. 보수2반 직원들은 연석을 지탱하기 위해 생석회와 모래를 섞어 시멘트 역할을 대신할 재료를 만들었다. 2인1조의 다른 직원들은 지렛대를 이용해 빠져나온 연석을 들어 사이사이에 있던 속채움석을 빼낸 뒤 연석의 자리를 고쳐 잡았다. 석회를 붓고 속채움석을 넣고, 다시 석회를 붓고 반복하길 10여차례, 드디어 커다란 연석이 배수로의 배열을 맞춰 제자리로 돌아왔다. 일상관리팀은 전지작업과 안내판 정비, 예초작업 등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에선 담장 연석 사이사이로 빗물에 유실된 곳을 채우기 위해 삼화토를 바르는 작업을 했다. 보수반은 2~3일 뒤 삼화토가 완전히 굳으면 이곳을 다시 찾아 황토·모래·석회를 섞어 담장의 표면을 매끈하게 다시 한 번 바른다.
홍인태 보수2반 반장은 “‘바늘구멍으로 황소 바람이 들어온다’는 말처럼 담장, 배수로 등에 문제가 생기면 경미해 보여도 무너지거나 물이 넘쳐서 문화재가 물에 잠길 수 있다”며 “10년째 보수 작업을 하고 있는데, 문화재를 다시 새것처럼 보수해 관광객들이 경기도 문화와 역사를 느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도지정문화재인 ‘용인 향교’에서도 빗물에 빠져 나온 담장의 10여개 연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 진행됐다. 연석의 위치가 섞이지 않도록 청테이프에 하나하나 위치를 표시해 붙이고, 떨어져나온 연석의 모양을 퍼즐맞추듯 맞춰 담장이 본래 모습을 되찾아갔다.
지난 달 집중호우로 경기문화재돌봄센터의 돌봄대상 문화재 807곳 중 52곳이 피해를 봤다. 국가지정·등록문화재는 심곡서원 등 142곳 중 14곳, 도 지정·등록문화재는 고양 최영장군묘 등 407곳 중 30곳, 비지정문화재는 시흥 생금집 등 258곳 중 8곳이다. 센터는 자연 재난으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모니터링 및 보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모니터링팀은 지난 달 10일부터 21일까지 문화재 모니터링을 통해 집중호우 이전에 배수로를 확보하고, 나무가 쓰러져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도록 전지작업을 했으며, 비 피해 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했다.
황연경 경기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2팀장은 “문화재는 한번 손상되면 원형으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집중호우, 태풍 등 하절기 풍수해로 인해 발생한 작은 피해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점검하고 보수하고 있다”며 “비지정 문화재도 미래유산으로 여겨 함께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문화재를 잘 보존해 후대로 계승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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