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피혁, 자석 만드는데 초전도체 관련주라니… 전문가들 잇따라 투자 경고
이차전지에 불던 광풍이 초전도체로 옮겨간 모습이다. 국내 연구진이 상온·상압에서 구현되는 초전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이 투심에 불을 붙였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알려진 종목들의 거래대금이 이전보다 수백 배 늘고,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비이성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해당 연구진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만약 개발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실제 상용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술이 상용화된다고 해도 지금 수혜주로 거론되는 종목들이 정말 수혜 기업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주로 알려진 종목들에 투자할 계획이라면 실제로 관련주가 맞는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괜찮은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장 직후 서남, 덕성, 모비스, 서원 등이 상한가로 직행했다. 원익피앤이와 신성델타테크도 20% 급등해 거래됐다.
최근 1주일(지난 7월 27일~8월 2일)간 관련주들의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서남의 주가는 179% 넘게 올랐다. 이 기간 덕성은 115% 급등했고, 신성델타테크와 모비스, 덕성우선주인 덕성우는 90% 넘게 올랐다. 원익피앤이가 54%, 서원이 41% 상승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어 ‘꿈의 물질’로 불린다. 초전도체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아주 강한 자기장이 발생한다. 이를 이용해 초대용량 배터리나, 아주 강한 에너지 발전 모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초전도체 성질은 영하 150도 이하 극저온에서만 발현되면서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구현되는 초전도체 발명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높아진 관심에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서남의 최근 1주일간의 평균 일간 거래 대금은 822억원으로, 지난 7월 첫 일주일간 거래대금인 5억7000만원의 145배 수준으로 늘었다. 덕성도 이 기간 평균 일간 거래 대금이 3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초 평균 거래대금(1억7000만원)의 30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관련주 주가 상승세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 투심 몰리는 종목들이 실제로는 초전도체와 크게 상관이 없거나, 재무상태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합성피혁 제조업체인 덕성의 경우 초전도체와 관련성이 극히 적다. 매출 대부분이 의료·스포츠용품용 합성피혁 부분에서 나온다.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덕성의 연구개발 부문에 초전도 연구소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 5년간 초전도체와 관련한 연구개발실적이 전무하다.
모비스는 초전도 코일을 이용한 핵융합 제어장치를 생산해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 1분기 모비스의 매출 합계에서 핵융합 제어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7%(약 10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다른 핵융합 관련 기기 6종의 합산 매출이라, 초전도 관련 장치에서 나오는 매출은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기준 초전도자석을 활용한 제어장치 수주 잔고는 5700만원에 그친다.
원익피앤이의 경우 발전기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원공급장치를 제조한다. 원익피앤이의 지난해 매출액 2339억원 중 전원공급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4.05% 수준이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불안한 기업도 있다. 서남은 구리 전력선 등에 사용되는 고온 초전도 선재와, 이를 이용한 초전도 자석을 생산해 초전도체 관련주에 묶였다. 다만 서남은 지난 2017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남의 매출액은 63억원, 영업손실은 24억원이다.
이어 신성델타테크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보유한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을 비상장 자회사로 두고 있어 관련주로 분류된다. 비철금속 합급 제품을 생산하는 서원의 경우 개발된 초전도체가 구리를 사용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묶였다.
투자자들의 ‘초전도체 관련주 찾기’ 현상이 과열을 보이자, 스스로 나서 초전도체 관련주가 아니라고 밝힌 기업도 나왔다. 대정화금은 지난 2일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초전도체 관련해 퀀텀에너지연구소와 구리 등을 포함한 거래 내역이 없다’는 안내창을 띄웠다. 전날 장중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하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테마주는 기업가치나 기업의 기초체력과는 상관없이 여론과 소문에 따라 단기간에 급등하다 급락하는 경우가 잦다”며 “테마와의 관련성이 적거나 또는 과대평가되어 있는 주들에 자금이 몰리기도 하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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