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의 사과에도 대중의 분노가 식지 않는 이유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8. 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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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주호민 SNS

웹툰 작가 겸 방송인 주호민이 2차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후폭풍이 식을 줄 모르고 여전히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가벼운 처신으로 대중의 화만 일파만파 키웠다.

최근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으로 학부모 갑질이 거론, '교권 추락'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바. 이와 맞물려 웹툰 작가 겸 유튜버 주호민이 작년 9월 13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육 교사 A 씨를 상대로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얼마 전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을 샀다. A 씨는 작년 9월 5일 같은 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학폭으로 분리 조치된 주호민 아들을 돌보던 특수학급 교사였기에, 주호민 부부의 대응이 '과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더군다나 주호민 아내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켜놓은 채로 등교시켰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라는 교사들의 씁쓸한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를 두고 주호민은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다. 큰 충격을 받았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반면 이에 대해 A 씨는 주호민 아들이 수업 중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상황에서 나온 단호한 어조였다는 입장이다. A 씨는 직접 작성한 경위서에 "학생에게 안 됨을 이야기하기 위해 다소 부정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사실은 있으나, 학대 의도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학생의 교출(무단 이탈)을 막아 학폭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주호민 아들은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을 뿐만 아니라, 통합학급 여학생을 대상으로 반복적 뺨을 때리기, 머리 뒤로 젖히기, 신체 접촉 등 문제 행동을 일삼아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분리를 요구했던 바. 지난달 28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특수 교사 A 씨는 피해 학생 어머니로부터 "왜 이렇게 그 아이(주호민 아들) 편만 드냐"라는 항의에도 "제 학생이잖아요. 어머니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라며 끝까지 주호민 아들을 감쌌다. 이에 주호민 아들은 피해 여학생 부모가 원한 강제 전학이 아닌 분리 조치됐다. 이렇게 아들의 학폭이 마무리되었으나 주호민 부부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 되려 A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 직위 해제당하게 만들었다. A 씨에게 사전에 어떠한 연락도 없이 몰래 녹음하여 확보한 증거로 곧바로 형사 조치를 진행한 것이다.

게다가 주호민 아내는 7월 13일 열린 해당 사건 2차 공판에서 "A 씨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저희는 경찰 신고보다는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라던 주호민과 앞뒤 다른 입장도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아낸 대목이다.

/사진=tvN 화면 캡처

주호민 부부의 과거 행적들도 재조명, 도마 위에 올랐다. 주호민은 A 씨 고소 이후인 작년 10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그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이해를 도운 너무 좋은 드라마다. 장애인 주변인의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건 최고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변인이 너무 천사밖에 없고 너무 친절해 판타지처럼 느껴져 아쉬웠다"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본인은 천사가 아니면서 주변은 천사이기를 바라냐. 그냥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주호민 아내 역시 스스로에겐 관대한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타인에겐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었다는 비판을 샀다. 그는 2019년 연재한 웹툰 '우리는 핑퐁가족'에서 "특수학교는 들어가기 하늘의 별 따기다. 사회와 동떨어질까 봐 겁이 난다. 대안학교는 삶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목적이 아름답지만 자유로움이 아이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홈스쿨링은 엄마로서도 매일 실수투성이에 오르락내리락 기복이 심한데 선생님까지 되라니, 나는 자신이 없어요"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해당 웹툰 4회에선 발달장애가 있는 주인공 아이에게 폭행당한 피해 아동의 부모를 표독스럽게 표현한 것도 지적이 이어졌다. 

2일 해당 사건은 새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냐",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특수 교사 A 씨가 주호민 아들에게 남긴 발언이 공개된 것. 하지만 이에 A 씨 측은 "2시간 반에 걸친 대화를 전체 맥락을 감안하지 않고 부정적인 말만 뽑아 나열했다.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됐다"라고 해명했다. 33년 경력의 특수교육 분야 권위자인 나사렛대 류재연 교수는 "주호민 작가 측이 제출한 녹취록에서 A 씨의 학대 행위를 발견하기 어렵다"라는 내용의 12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작성해 A 씨 변호인에게 전달했다.

결국 이날 주호민은 7일 만에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15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나뉘어 쓴 장문의 2차 입장문을 발표한 것.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 해제되기를 바랐던 게 아니었습니다"라며 특수 교사와 면담 없이 바로 고소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더불어 주호민은 "아이 엄마는 형사사건이어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진심 어린 사과면 충분히 선처할 생각이고 선처를 위해 돕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형사사건이고 기소가 된 후여서 소취하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사과를 하신다면 얼마든지 도울 것이라고 상대 교사 측에도 전했습니다. 아내와 상의하여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합니다"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교사 고소 이후 벌써 10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주호민은 광고계, 방송가로부터 줄줄이 '손절'당한 뒤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로, 그의 진심이 의심을 받고 있다.  A 씨에 대한 신고도 학교와 교육청이 권장했기에 제도적인 문제로 불가피했다는 해명으로 '남 탓'뿐인 사과문이라는 싸늘한 반응이 대다수다. 

뿐만 아니라 주호민은 입장문을 거듭 수정, 원문과 비교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며 진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애초 "교장선생님은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야만 가능하니 신고를 하시라고 했습니다"라고 썼던 주호민. 하지만 이내 "교장선생님은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야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라고 교장이 신고를 권유했다는 내용을 쏙 뺐다. 또한 "신고를 하시라고만 하는 학교 측의 답변"이라는 부분도 지워버리고 "학교 측의 답변"만 남겨놨다.  

이에 대중이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그 교사는 매장됐을 거다", "여론이 안 좋으니 태세 전환", "입장문 낼수록 자기방어적이고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불과 지난달 재판에서 교사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했다는데 며칠 새 진심?", "아이는 그럴 수 있다. 부모의 대응이 아쉽다", "이게 더 나쁘다. 불리하니 꼬리 내리기", "처음 사건 공론화되었을 때 사과했었야지. 이제 와서? 지금은 여론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로밖에 안 보인다" 등 쓴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다.

다만 과열된 논란에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마라톤 선수 배형진의 실화를 영화화한 '말아톤'(2005)의 정윤철 감독은 "나는 '말아톤' 감독으로서 특정 웹툰 작가에 대한 멸문지화급의 과도한 빌런 만들기를 멈춰달라"라며 "이 땅의 수많은 초원(배형진을 모티프로 한 주인공)이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크다. 을과 을의 싸움이 지닌 무의미함과 비극성은 영화 '기생충'에서 충분히 보았다"라고 일갈했다.

다운증후근 장애를 가진 딸을 둔 나경원 전 의원은 "특수 교사들의 고충도, 장애 학생과 그 부모의 염려도 모두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을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모쪼록 지금의 갈등이 더 나은 선진 사회로 가는 기대되는 진통이 되길 바라면서 제도 개선을 생각해 본다"라고 안타깝게 바라봤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주호민 부부에게도 장애 아동 부모로서 큰 고충이 있었을 거고, 절박한 심정이 있었을 것 같다. 다만 본인들의 입장이 이해받는 것처럼 특수 교사의 입장도 헤아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현시점에선 사법적으로 물러나서 서로 간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협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그나마 여론을 돌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라고 짚었다.

특수 교사 A 씨는 경기도교육청의 결정으로 1일 자로 복직됐으며, 이달 28일 3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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